아재요!기 - 거제 이수도
폭염이 연일 이어지며 열대야 연속 일수가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는 2024년의 여름이다. 지난번 폭염 속 캠핑으로 여름엔 집이 제일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두 달 전 계획된 모임이라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모임의 핵심은 편하게 힐링을 하다가 오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장소는 1박 3식을 모토로 섬 전체가 영업을 하는 이수도 결정되었다.
아침 일찍 오토바이를 타고 총무의 집으로 향했다. 대구에서 출발하는 인원이 5명에, 낚싯대와 짐이 많아 두 차로 나눠 타고 거가대교를 건너 거제도에 도착했다. 마산에서 출발한 회장까지 합류하여 13명 중 6명의 멤버들이 배를 타고 이수도에 도착했다. 섬전체가 1박 3식을 하는 식당 겸 민박으로 즐비했다. 오래전부터 운영되어 온 민박들은 바닷가에 위치하고 새롭게 지어진 민박들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11:00에 숙소를 배정받고 102호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정을 논의했다. 우리 민박은 예전 학교 터를 이용해서 민박을 운영하고 있어서 점심식사 시간을 학교종을 울려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더운 날씨에 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시스템같이 느껴졌다. 식사 준비를 하느라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힐링이 충만한 시스템 1박 3식 시스템.
점심 식사는 간단한 한정식 한상처럼 차려져 있었다. 여행의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반주를 곁들이며 맛있는 식사시간을 보냈다. 바닷가라 내륙지역처럼 기온이 35도를 웃돌거나 하지는 않았만 여름의 남해안 작은 섬 이수도도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순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OB팀과 뙤약볕에 낚시를 하러 나가려는 YB팀으로 나눠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OB팀인 3명은 광팔이 없이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고스톱을 치면서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냈고, YB팀은 민박 옆 갯바위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니 YB팀의 조과가 살시간 카톡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고스톱 팀도 판을 정리하고 낚시를 하는 갯바위를 찾아 잠깐의 시간을 보냈다.
잡은 용치놀래기 3마리는 내가 저녁에 회를 떠 주기로 하고 바닷가에서 내장을 제거하고 숙소에 돌아와 회를 뜰 수 있게 준비한 후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물론, 종이 울려야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명심해야 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며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는 해산물 위주로 차려져 술잔을 기울이며 만찬을 즐겼다. 대화의 주제는 가족과 직장에 관한 돌고 도는 주제들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술잔을 기울인 시간이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1:30 정도로 정해져 있어 오랫동안 식당에 머물 수 없어 안주로 문어숙회 하나를 시키고 방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낚시 마니아 총무는 홀로 밤낚시를 하러 떠났고 우리는 접었던 판을 펴고 다시 고스톱 삼매경에 빠졌다. 그때, 홀로 낚시를 떠났던 총무가 무늬 오징어를 낚았다는 소식에 방안은 열광의 도가니처럼 달아올랐다. 총무가 돌아와 무늬오징어를 손질하고, 나는 냉장고에 숙성시켜 놓은 용치놀래기를 손질해서 수주 한 잔을 기울이며 첫날이자 마지막 밤을 보냈다.
새벽까지 재미있게 얘기하고 준비해 온 술을 모두 말려버리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밝아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 거의 마지막으로 식당에 입장했다. 어제 고스톱의 영향인지 다들 오른팔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아침 식사는 어제의 숙취를 날려버릴 정도의 정갈함으로 차려져 있었다.
1박 3식 중 아침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체크 아웃을 준비했다. 09:00까지 체크아웃으로 되어있었지만, 칼같이 시간을 준수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밀려 3번째 배를 탑승해야 했다. 더위를 식히고자 팥빙수 하나를 먹으며 폭염 속 이수도 1박 3식 여행을 마무리했다.
PS. 대구 도착 후 점심
대구에 도착해 거제도 명물 빵을 나누고 점심을 먹었다. 더위에 냉면을 먹고자 했으나, 총무가 마누라랑 싸우고 갈 곳이 없었던 순간 발견한 24시 순댓국으로 가자고 하여 점심을 먹었다. 총무의 추천대로 율하동 맛집이었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더위속을 뚫고 오토바이로 집에 복귀했다. 계획과 운영에 힘쓴 회장과 총무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