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하여
나에게 여행 동반자가 생긴다면
나는 전체 여행을 함께하지 않고 절반만 할 것이다.
혼자 만들어가는 여행의 추억을 놓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절반만 함께할 동반자가 생긴다면
나는 여행의 처음보다 마지막을 함께할 것이다.
처음 혼자임은 마지막에 함께할 설렘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자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친구 혹은 연인을 떠올렸던 지난날과 달리 가족을 선택할 것이다.
가족에게 오롯이 희생할 수 있을 만큼 나는 나만을 위해 살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면
나는 뜨거운 태양의 여름보다 따뜻한 봄을 선택할 것이다.
이제 나의 몸은 과거를 잊고 느림의 미학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뜻한 봄,
가족과 함께,
절반은 홀로 나머지는 함께한 여행이 끝난다면
그냥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