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핑계로 여행 떠나기(사천시)
#1. 사천으로 출발
지난주엔 왜관에 친구들과 번개로 1박 2일을 다녀왔다. 지난주 왜관을 찾아 달리기를 하고 친구들과 한 잔 하면서 따로 지내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더불어 나는 다음 주에 있을 사천 노을 마라톤의 사전 연습의 의미도 있었다. 물론 10km 거리라 따로 연습을 할 필요 까지는 없었지만, 고프로 장비를 들고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 모임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17:00 시작하는 마라톤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14:00 친구의 차를 타고 대구를 출발했다. 운전은 풀 코스 완주의 강철 체력을 가진 친구에게 맡기고 우리는 가면서 쉬엄쉬엄 컨디션 조절을 했다. 고속도로에 올리기 전 현풍에서 마지막 친구를 태워 총 4명이 사천 노을 마라톤에 참가를 했다. 연이은 주말 1박 2일 모임에 와이프는 심기가 편치 않았지만, 토요일 둘째 학원 드롭은 마치고 출발해서 그나마 욕은 적게 얻어먹었는지 귓구멍이 간지럽지는 않았다. 문제는 아침부터 내리고 있는 비다. 노을 마라톤인데, 노을을 못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보다는 비가 내리는 날 뛰어본 경험이 없어 처음이 주는 불안감이 더 큰 문제였다. 사천으로 내려가는 내내 비는 그치지 않았고 나는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아 중간중간 잠을 청했다. 이렇게 우리를 태운 쌍용자동차 로디우스는 로디우스를 욕하는 친구와 이를 방어하는 운전자의 대화를 품고 사천 노을 마라톤 주차장에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2. 사천 노을 마라톤 참가
몸도 풀 겸 주차장에서 대회 출발이 이루어지는 출발선까지 1km 정도를 천천히 달려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서글프게 내리는 저녁 5시에도 대회가 열리는 선진 수변 공원은 참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무릎이 아프다는 핑계로 모든 대회를 5km만 참가하는 친구 녀석은 출발시간이 달라 뒤에 남겨두고 10km에 참가하는 세 명은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이 모든 시간들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나는 고프로를 들고뛰기로 했다. 지난주 9km를 어렵지 않게 고프로를 들고뛰었으니 오늘도 문제가 없을 듯했다. 굳이 문제점을 찾자면 지난 주와는 달리 하늘에서 떨어지는 분무기 같은 비가 복병이었다. 사회자의 쓸데없는 내용이 지나고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많은 사람을 헤쳐나가고자 빠른 속도로 1km를 달렸다. 오버 페이스인 듯 숨이 차고 속도가 줄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풀 코스 경험 친구가 먼저 나를 추월하며 앞서 나갔고 3km 지점을 지나자 나와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인 두 번째 친구도 나를 추월했다. 나는 카메라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며 촬영을 하면서 대회를 이어나갔다. 속도가 좀 쳐지긴 했지만, 반환점을 통과하면서 나를 추월할 사람들은 모두 추월을 했고 가끔 내가 한 두 명씩을 추월하는 상황이 되었다. 도착 2.5km 전에는 5km에 참가해 걷는 사람들과 섞여 코스에 속도가 각각인 사람들이 섞여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을도 못 보고 골인 지점에 들어설 땐, 어둠이 깔려 있었다. 일단 무사히 대회를 마무리했다. 친구들과 만나 메달과 간식을 수령하고 국밥은 건너뛰었다. 저녁엔 숙소 근처에서 삼천포 실비집을 찾아 한 잔 하기로 했기 때문에 빨리 발걸음을 옮겨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대충 차에서 정비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삼천포는 고려 성종 때 조세로 거둔 쌀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창고인 통양창을 중심으로 조성된 마을이었다. 이 통양창이 개성에서 물길로 3000리나 된다고 하여 삼천포라는 지명이 생겼다. 이후 1931년 읍으로 승격됐고, 1956년에는 남양면을 편입하며 시로 승격하여 삼천포시가 되었다.
그러나, 삼천포시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속담 때문에 시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고착화되었고, 그로 인해 1995년 5월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전국행정구역개편에 따라 인근 농촌지역인 사천군과 통합될 때 사천시로 개명하게 되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3. 실비의 고향 삼천포
삼천포에 와서 술을 마시려면 실비집을 찾아야 한다. 실비집은 마산의 통술집, 통영의 다찌와 비슷한 개념으로 바다에서 잡힌 다양한 해산물과 재료들을 가지고 그날그날 주인장 맘대로 요리를 해서 안주를 제공하는 시스템의 술집이다. 삼천포 실비집은 인당 40,000원으로 술은 2병이 포함되어 있는 가격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수산업자 친구의 추천으로 숙소에서 샤워를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비엔나 아지트 실비'로 향했다. 숙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이데 이동하면서 보이는 실비집들은 모두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불황의 검은 그림자가 삼천포 항 주변을 덮고 있는 듯했다. 처음 방문한 '비엔나 아지트 실비'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옥토버 페스트 축제의 맥주 광장처럼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 있었고, 몇 팀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플랜 b를 가동해 좀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노산 실비'로 발을 옮겼고, 우리 네 명이 딱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마침 비어 있어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가격은 모든 집들이 4만 원에 술 2병을 포함한 가격이었고, 몇 명이 가는지에 따라 깔리는 안주의 종류가 달라지는 듯했다. 자리를 잡고 우리는 달리기 대회 참여의 뒤풀이를 하면서 저녁식사 겸 술잔을 기울이며 운전-우중 달리기로 가득 찬 오후시간을 추억했다. 수산업자의 말엔 비엔나 아지트 실비가 더 잘 나온다고 추천을 했기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기다려서라도 그 가게를 방문하고 싶어졌다. 2시간 동안 맥주 2병과 소주 6병을 마시고 우리는 2차를 가기 위해 가게를 나섰다. 주변에 포장마차 거리가 있었지만, 획일화된 메뉴와 가게 건물 모양을 보고 매력을 못 느끼고 2차를 할 술집을 찾아 거리를 헤매었다. 삼천포항 주변 전체가 조용하거나 문을 닫았거나 노래방 밖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20분 동안 산책 겸 돌아다니다 문을 연 주막을 발견하고 막걸리를 좋아하는 친구가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가게엔 우리 밖에 없었고, 영주 출신이라는 주인아주머니가 내어주는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으로 우린 막걸리 6병을 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물론, 숙소로 돌아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각자 추가로 더 마실 술과 안주를 사서 숙소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숙소는 2인실이었지만, 인당 15,000원을 추가로 내고 4명이서 침대와 바닥에 나눠 잠을 청했다.
#4. 해장 후, 쇼핑에 맛 들인 아재들
어제는 새벽 2시에 잠이 들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리였다. 아침 겸 점심으로 해장을 하기 위해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은 차에 넣어 둔 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삼천포 항을 둘러보았다. 해장을 할 집은 수산업자 친구가 삼천포 올 때마다 들른다는 졸복탕 집으로 정해졌고 거리가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이동을 하면서 수산시장과 건어물 시장, 감과 키위를 파는 곳을 둘러보며 돌아올 때 쇼핑을 하기로 하고 발걸음으로 옮겨 식당에 도착했다. 테이블이 몇 개 없었고, 남아있는 테이블도 미리 도착한 손님과 붙어 있어 양해를 구하고 옆에 앉았다. 아직 한 테이블은 음식이 나오지 않은 걸 보니 우리도 조금 기다려야 했다. 수산업자 친구의 추천대로 졸복탕을 4인분 시켜 음식을 기다렸다. 졸복은 우리가 낚시할 때 맨날 미끼만 소모시키는 작은 복이었다. 물론 독이 있어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손질 가능해서 우리가 먹을 순 없다. 할머니 혼자 음식 조리와 홀 서빙을 다 하고 계셔서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내가 먹어본 복어 탕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졸복으로 해장을 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누군가는 부탁한 물건을 사기 위해, 나는 주말 집을 비운 아빠의 미안함을 회복하기 위해 차량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리 봐 두었던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먼저, 단감과 키위를 파는 곳에서 각자 필요한 과일을 사고, 수산시장에서는 모두 갑오징어를 구매했다. 나는 첫째가 좋아하는 광어회를 좀 뜨고, 친구들이 건어물을 구매하는 곳으로 가서 아귀포와 꼴뚜기를 구매했다. 이리저리 구매하다 보니 15만 원 치를 구매했다.
풀 코스 친구는 꿀빵을 사러 갔지만 벌써 매진이라 살 수 없었다. 우리는 아재같이 마지막으로 슈퍼에 들러 현지 막걸리를 구매하는 것으로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원래는 돌아오는 길에 합천에 들러 등산을 하고 집으로 오려했지만, 날찌도 흐리고 시간도 맞지 않아서 등산은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1박 2일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