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인의 의무-판랑 해안사구 투어
지리학을 전공했으니 냐짱에서 가장 끌리는 장소는 딱히 없었다. 어제 목감기 및 몸살약을 먹고 일찍 잠들어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면 원래 계획했던 판랑지역 해안사구 투어를 한 번 가 볼까 하는 의지가 솟아났다. 거리는 왕복 200km면 충분할 듯하니 해안사구를 올라 영상을 찍는 것을 포함해도 5-6시간이면 충분했다. 촬영 장비를 준비하고 충전 상태를 확인한 다음 중간중간 주유소의 위치가 충분한지까지 확인한 후 리조트에서 공항 방면으로 출발했다.
깜란 공항을 지나 깜란 지역 시내를 통과하니 첫날 달랏으로 갔던 길들이 떠 올랐다. 가면서는 쉬지 않고 달렸고 중간에 주유를 한 번했다. 기름통이 적은 지 2.5리터 (5.5만 동)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판랑탑짬은 닌투언성의 성도인데 도착해서 구글을 찾아보니 같이 뜬 사원의 모습을 보고 사원이 왜 없지 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기도 했다. 정신을 차리고 해안 사구가 있는 포인트를 찍으니 25km 떨어져 있었다. 해안 사구의 규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갔다가 실망할까 두렵기도 했지만 다시 열심히 오토바이를 달려 해안사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주변으로 jeep투어나 ATV(사륜오토바이) 업체들이 도로변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해안 사구로 난 골목을 따라 사구로 접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모래가 많이 쌓여 오토바이 접근이 불가능해졌고 걸어서 해안 사구 위로 올라갔다.
2시간 30분을 달린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 만큼 사구의 모습은 깨끗함과 고즈넉함을 함께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은 어떻게 이런 모래 언덕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홀로 4륜구동 자동차가 올라오지 못하는 사구 위를 거닐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구가 뒷산처럼 버티고 있는 어촌 마을을 방문했다. 점심시간도 가까워오고 구글 맵을 켜니 동네에 음식점 하나가 지도 위에 나타났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오토바이를 달려 마을로 들어서 해당위치에 도착했는데, 작은 구멍가게와 가게 옆에서 반깐(작은 케이크모양의 음식으로 주로 해산물구 함께 구워서 나온다.)을 굽는 아주머니 2분이 계셨다. 건물이 있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지붕이 있고 작은 나무 의자가 있으니 식당이라 할만해서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손짓으로 메뉴를 시키고 자리에 앉으니 곁들임 음식인 망고를 채 썬 것과 양념을 건네어주었다.
굽는 곳에는 반깐 틀이 5개 있어서 5개를 시켜 먹었는데, 모자라서 3개를 더 시켜 먹었다. 양념에 찍어서 망고 채와 베트남 고추를 곁들여 먹으니 맛이 있었다. 나중에 냐짱에 와서 유명한 반깐 집에 가보니 6개 150,000동은 받고 있었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영상을 남기고 판랑탑짬에 있는 유적지를 방문하고 복귀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은 사구 마을에서 30분을 더 달려가야 한다. 다행히 나쨩으로 돌아가는 길과 멀지 않아 허기를 채운 배를 에너지 삼아 오토바이를 달렸다.
30분 만에 유적지에 도착해서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세우고, 옆에 있는 가게에서 베트남 연유가 듬뿍 들어간 쓰어다를 마시고 유적지를 전기카트를 타고 올라갔다. 크지 않은 유적이라 금세 다 볼 수 있었다. 그늘에 앉아 판랑탑짬 도시를 보며 쉬다가 걸어서 내려왔다. 이제 열심히 달려 냐짱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오는 길은 어디가 어딘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 긴장을 하며 왔는데, 가는 길은 한 번이지만, 익숙한 길이라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베트남 최대 풍력발전 단지와 한적한 농촌의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코스였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판랑탑짬에서도 1박 하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은퇴 이후 베트남 종주 여행이 시작되면 다시 이곳을 들를 것 같다. 그때는 아마 달랏에서 판랑탑짬을 거쳐 냐짱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