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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Apr 27. 2023

비중격 완곡증 수술을 하며

삶에 대하여

키스를 하다 숨을 쉬지 못해 비염을 알아챘다는 사연을 보았다. 일상의 반복되는 삶을 살면 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몸은 일상에 적응되어 있기에 우리에게 그 어떤 신호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이 아닌 오랜만에 도전한 단축 마라톤, 어쩌다 험준한 산을 오르거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면 우리의 몸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걸을 땐 모르지만, 뛰다 보면 왼 발보다 오른발이 먼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고, 허리보다는 무릎이 먼저 아파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격렬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날이 있다면, 나의 스테미너를 체크하게 되고 허리의 상태와 같은 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어느 날, 겨울이 찾아오고 난방으로 건조한 집안에서 하루종일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며 잠을 자고 난 뒤 바짝 마른 입안의 느낌을 느꼈다. 마른 사막을 거닐어 본 적은 없지만, 모래 폭풍에 모래가 서걱 거리는 입안의 느낌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아직 살날이 많은데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비염 수술을 검색하고 나의 코에 대해 살펴보면서 내 코는 비염수술과 더불어 비중격 완곡증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술특약 보험도 있고, 실손보험도 있으니 돈 들일은 없고 오히려 배우자 모르게 몇 푼 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니 일의 추진속도가 빨라졌다. 


1단계: 수술할 병원을 물색하다.

 코 관련 수술이니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이 이루어진다. 모든 수술이 비슷하겠지만, 개인병원에서 대학병원까지 광범위한 수술 가능한 이비인후과가 있다. 여러 곳을 검색해 본 결과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기로 했다. 수술이야 반나절이면 입원까지 해서 당일 퇴원이 가능하지만,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해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알레르기 검사부터 해서 1차로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10만 원 가량 해서 거기서 그냥 수술을 받는 시스템으로 유도하는 듯했다. 알레르기 검사를 하고 수술 날짜를 잡고 병원 코디로부터 수술비용과 보험처리여부 및 추가 사용약제 등에 대해 상담을 받고 전체 수술비용이 170만 원가량 나온다고 했다. 비염수술에 비중격 완곡증까지 동시에 이루어져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병원에서는 다양한 추가 약제를 투여하여 비싼 편이었다. 


2단계: 수술당일 

 수술당일 입원을 하고 수술이 이루어지고, 회복을 거쳐 오후에 퇴원하는 시스템이다. 보험처리를 위해 입원을 하는 듯하다. 입원하고 수술시간이 되면 수술실로 들어가서 수면마취를 하는데 역시 하나, 둘, 셋 만에 잠이 들었다. 중간에 망치 같은 것으로 코를 때리는 느낌이 들면서 반수면 상태가 되기도 했으나 수술은 30분 만에 잘 끝났다고 한다. 회복실로 옮겨 잠을 깼으나 아픈 느낌은 없었다. 당연하다. 진통제를 링거로 맞고 있었으니 아플 리가. 수술 후 오후에 퇴원을 하는데 간호사가 진통제 알약을 준다. 밤이 되면 고통이 몰려올 것이라고 한다. 비염이야 비대해진 부비동만 지져서 제거하는 것이지만, 나의 수술은 코 뼈를 부러뜨려 다시 조합하는 수술이라 고통이 하루 이틀 따른다고 한다.


3단계: 수술당일~코에 탐폰 뺄 때까지

 수술 후 집으로 와서 침대에 누웠다. 예상한 대로 밤이 되자 고통이 스르륵 몰려왔다. 참을 만했다. 저녁을 먹고 진통제를 먹었음에도 고통은 서서히 강해지기 시작해서 새벽에 절정에 이르렀다. 절정은 순간이 아니었고 새벽 내내 이어졌다. 아침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적 느낌이 났다. 병원을 방문하여 소독을 하고 이것저것 뭔가를 했는데 벌써 시간이 지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일주일간 병원을 다니면서 소독과 경과를 지켜보고 7일~10일째 콧속에 박혀있던 탐폰을 빼게 되는데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듯하다. 뭔가 막혀있던 상황에서 그 막혀있던 것이 뻥 뚫리는 최초의 느낌이자 마지막 느낌. 왜냐하면 그 강력한 뚫려있는 느낌은 그날 이후 아직도 한 번 느낀 적이 없다. 마치 코와 입에 구멍이 나서 공기가 막 흘러들어 가는 느낌말이다. 이후에도 몇 번 더 가서 경과를 지켜보고 실밥을 제거하고 병원을 한 두 번 더 가면 병원 방문은 끝이 난다. 


4단계: 보험료 청구하기

 보험료는 교직원공제회에 수술특약으로 100만 원짜리가 있었고, H모 보험에 실손보험을 들고 있었다. 상담 시에 회복에 필요한 약제라고 해서 동의를 해서 수술비용이 30~40만 원 정도 더 나온 거 같다.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는데 원래 발급비용이 있지만, 무료로 발급해 준다고 해서 첨부하여 보험회사에 보냈다. 수술특약은 깔끔하게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이틀 만에 지급이 되었는데 실손보험은 50만 원가량이 빠진 돈만 지급된다고 했다. 담당자 하고 통화를 하니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50만 원가량은 실손보험에 해당이 안 된다고 말하며 나를 설득했다. 아니면 안 되는 거지 설득을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방금 애기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의사는 분명 수술에 필요한 약제라 포함시킨 거니 보험 적용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해도 안된다고 하더니, 해당 내용을 메일로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하니 알겠다고 하며 다음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며칠 지나니 알레르기 검사 비용과 수술 후 방문한 1만 원 미만의 비용을 제외하고 수술비용 전부가 지급되었다. 보험사는 주지 않으려 하고, 고객은 받으려고 하고, 모르면 당하는 이 시스템이 너무 싫다. 여하튼, 보험금청구는 완벽히 완료되고 고통을 보상받는 비용까지 받게 되었다.


5단계: 3년이 지난 지금

 비염은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 알레르기의 영향도 있어 완벽한 수술은 잘 없다. 구조적인 문제가 100%라면 수술로 완벽하게 해결이 되겠지만, 나는 알레르기의 영향도 있어서 계절이 변할 때나 건조한 곳에서는 기능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키스하다 숨을 못 쉬는 경우는 탈출했으니 만족한다. 숨을 좀 잘 쉬는 방법 중 터득한 것이 있다면, 방을 너무 따뜻하게 해서 건조하게 하지 말고, 필요시 가습기를 항상 사용하고, 회사에서도 작은 테이블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남자의 경우 코털에 의해 코가 더 잘 막히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니 코털은 자주 제거해 주는 것이 편안한 숨쉬기에 좋다. 코 속에 들어있던 탐폰을 뺄 때의 그 느낌은 아니지만 수술 전보다는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되었다. 비염이 심한 사람들은 어디 납치되어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말 못 하게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영화나 드라마의 상황을 제일 싫어한다. 왜냐하면 숨을 못 쉬어 죽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상황을 당해도 죽지는 않을 듯하다. 


 ps. 비중격 완곡증으로 비염 수술을 한다면, 1회의 고통에 코수술까지 같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평소에 코수술을 생각하고 있다면 비중격 완곡증 수술할 때 같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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