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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Nov 02. 2021

강행군 포항-경주 나들이

여행에 대하여

포항-경주 나들이

내가 배낭여행을 처음 나갔던 것이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였으니 벌써 햇수로 20년이 되었다. 그 사이 국내외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고 답사를 떠났던 것을 생각하면 일반인들 중에서 나름 여행에 특화되었다 할만한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스타일도 TV에 소개된 여행지를 방문하기보다는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을 개척하여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다니는 편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집과 아파트 놀이터만 돌아다니는 애들이 안쓰러웠는지 집사람이 가까운 곳이라도 바람 쐬러 한 번 다녀오자고 하면서 포항-경주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여행에서 계획에 대한 중요성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기본적인 관광지를 지도에 표시하고 이동시간 및 관광지의 일반적인 정보들은 파악하고 가는 편이다. 과거에는 이동 동선까지 짜서 동선이 흐트러지면 다시 동선을 맞추느라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 이동 동선이나 관광지에서 보내는 시간 등은 그때그때 상황에 맡기는 편이다. 어느 날 오후 한 때 시간이 좀 나서 호텔(호스텔급)을 예약하고 숙박하는 지점을 기점으로 여행 지역을 파악하고 조사한 A4용지 한 장의 나들이 계획을 작성했다. 작성을 하고 나니 이것은 마치 군대 유격훈련이나 야외훈련에 준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대구에서 포항을 거쳐 경주로 나들이를 하면서 1박 2일 동안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회도 먹고, 낚시도 하고, 일출도 봐야 하는 강행군이 짜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출을 석굴암에서 보고 토함산을 등산하는 일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정을 잘 소화한 편이었다. 이런 여행 계획은 개발도상국형 여행에서 잘 나타나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형 여행 유형이란, 시간과 자금이 여유롭지 않아서 한 번 이동한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두 번 다시 그곳을 방문하지 않을 것처럼 하는 여행의 유형이다. 주로 해외여행에서 나타나는 여행의 스타일이 고작 1박 2일의 여행 계획에 그대로 투영된 것을 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여행의 스타일

 해외여행은 국내여행보다 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지역 사람들이야 국내여행처럼 해외여행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EU 국가 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 아무런 제약이 없어 독일 사람이 아침에 바케트를 사러 프랑스에 가기도 하고, 학생들의 당일 체험활동으로 인근 국가에 가서 체험활동을 하기도 한다. 해외여행 스타일을 경제발전 수준으로 나누어 볼 때, 먼저 경제발전 수준을 간단하게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이글에서는 경제발전 수준을 저개발국-개발도상국-선진국으로 편의상 분류하겠다. 유엔 무역 개발회의(UNCTAD)에서 2021년 7월 2일 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편입시켜 32번째 선진국 국가로 인정되었으니 우리나라도 이제 어딜 가든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UNCTAD 선진국 그룹(알파벳 순서)
Andorra, Australia, Austria, Belgium, Canada, Cyprus, Denmark, Finland, France, Germany, Greece, Holy See, Iceland, Ireland, Italy, Japan, Liechtenstein, Luxembourg, Malta, Monaco, Netherlands, New Zealand, Norway, Portugal, Republic of Korea,  San Marino, Spain, Sweden, Switzerland, Turkey,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United States of America

 먼저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로 봤을 때,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기회가 확대된다. 여기서 기회라고 함은 평생 동안 떠날 수 있는 횟수와 더불어 한번 여행을 떠났을 때 여행기간을 얘기한다. 저개발국의 국가는 경제적 수준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계층이 대부분이다. 평생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경제가 성장하며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하면서 경제적 부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시작되는데, 이때는 해외여행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여 대부분 패키지의 형태로 해외여행을 시작하는 경향이 강하다.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 많은 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여행지를 하나의 상품에 포함하여 판매한다. 내가 해외여행을 처음 배낭여행으로 갔을 때, 버스에 단체여행객들이 아침 일찍 모여 짐을 싣고 여행지로 떠나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다음 호텔에 도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여행객이 대다수를 차지했었다. 앙코르 와트 같은 관광지에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 사이에 섞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곤 했던 기억이 난다. 패키지에 익숙한 개발도상국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텔팩이나 자유여행으로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면 해외여행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고가의 패키지부터 자유롭게 본인이 여행지를 개척하여 움직이는 자유여행까지 모든 여행의 형태가 복잡하게 자리 잡고, 빠르게 여러 지역을 찾아 움직이는 여행에서 한 곳에 머물며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의 형태로 변화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OOO 한 달 살기가 유행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어 여행 수요가 폭증하며 인근 국가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역까지 여행이 일상화된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하여 여행하는 특이한 여행객들도 나타난다. 기차, 요트, 오토바이, 캠핑카, 자전거가 그런 것들이다. 나는 저가 패키지여행부터 40일간의 배낭여행까지 다양한 여행을 해 보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이 편하고 즐거운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해외여행의 스타일은 편의상 많은 사람들이 하는 여행 방식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지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포항-경주 나들이를 마치고

일련의 생각이 지나가고 포항-경주 나들이를 마친 뒤 피로한 몸을 뉘이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빡빡한 일정을 운전과 함께 소화한 것이 이제 몸에 무리를 주는 나이가 되었나 생각이 들었다. 배낭여행 다닐 때만 해도 하루 종일 걷고도 수십일을 멀쩡하게 다녔는데 말이다. 차치하고, 야유회를 즐기고 돌아온 아들에게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었는데 역시 계획한 부모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답이 돌아왔다. "호텔이 좋았고, 그중에서 오락기가 제일 좋았어!" 아이들의 눈에는 아직 불국사, 첨성대라 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부모와 어떤 추억을 쌓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호텔은 수학여행 학생들을 위한 유스호스텔을 개조한 듯한 호텔이었고, 오락은 최신 게임도 아니고 옛날 게임을 모아 놓은 예전 오락실 오락기였는데 말이다. 아직 나들이를 갈 때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나이라 장소와 활동을 부모가 정해서 하지만, 어느 날이 되면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이 생기고, 또 어느 날이 되면 아이들 혼자 가고 싶어 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맘으로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이 몸살 기운은 빨리 사라져야 할 텐데 걱정이다. 다들 저물어 가는 가을의 향기를 잠시라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좌) 불국사에서 중)경주박물관에서 우)숙소 오락기앞에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강요하지 말자!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를 것이니. 그 사람이 가족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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