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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Aug 01. 2022

타인의 삶 카피하기

삶에 대하여

 휴일에 소파에 퍼져 음악을 듣고 있는데 SNS에서 알림이 표시되었다. 열어보니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는 친구 녀석이 마라톤 피니시 라인을 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울산 태화강 마라톤에 참가한다고 몇 달 전부터 얘기를 하고, 조용한 경기장을 찾아가 운동장을 뛴 사진을 올리더니 결국은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여기서 친구 녀석은 마라톤을 뛰는데 소파에 누워있는 나를 떠올리면서 나의 게으름을 탓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귀결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그의 삶이 있고 또 나는 나의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는 한참이다. 그리고 축하의 말을 남기고 다시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목표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많다.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정하라거나 목표 이론, 동기 이론, 경로 목표 이론 등등, 해당되는 내용의 책들은 매년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점의 메인을 차지하고  사람들은 또 거기에 열광하고 책을 읽는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어낸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매번 훌륭한 책을 읽지만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니 그런 주제의 책들이 매년 꾸준히 집필되고 출판되고 판매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한 때는 목표를 정하고 해당되는 주제의 책을 읽고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아웃사이더를 지향하던 대학교부터 30대 초반까지는 기존의 질서나 가르침을 부정적으로 보고 멋대로 살던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이 부정적이다 보니 그저 하루하루를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40대가 되고 창의적 변화보다는 일명, 꼰대의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삶에 대한 자세가 바뀌었다. 순간순간의 소중한 것을 찾게 되고, 기존 질서에서 배울 점을 찾고 있으며, 몸과 마음이 굳지 않도록 생각날 때마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나는 다르다는 것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초반에 얘기했던 친구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보면서 20대였으면 나도 도전하고픈 생각도 들고, 친구와 비교했을 때 나태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질책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를 지났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잊고 살던 것들을 떠올리는 자극을 받기도 한다. 운동을 좋아하던 내가 요즘은 운동을 멀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운동을 하겠다 마음먹기도 하고 나약한 의지에 그냥 생각만으로 그칠 것 같아 지역 신문이 주최하는 달리기 대회에 10km를 3만 원 주고 신청하기도 하면서 나름의 도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특출 난 친구의 삶조차 우리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하물며,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은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얘기한다. 당신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몸과 마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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