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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Oct 18. 2022

달리기

주변 인간들이 중요하다!

 언제부터인지 달리는 게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5km 이상을 달린 적이 없었다. 군대 생활 4년 4개월 동안에도 군장 메고 행군은 50km 이상을 했어도 달려본 것은 2km 정도가 최장 거리였다. 이렇듯, 달리기는 중고등학교 체력장, ROTC 선발에 뛰었던 것, 이후 군장학생 시험에서 뛰어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코로나 시작 전이던 2019년 봄 어느 날, 친구 녀석 몇몇이 대구 국제마라톤 대회에 10km를 출전한다고 했을 때, 잘 다녀오란 말만 남기고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만난 술자리에서 성취감에 내뱉는 그들의 말에 약간의 호기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다음 해 가을이 되어선 영남일보 마라톤 대회가 비대면으로 치러졌고 작년 그 멤버들이 다 같이 참여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나도 슬그머니 참여의사를 밝히고 대회에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물론 체계적인 훈련도 달리기에 대한 배움도 없이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냥 달리기를 핑계로 술자리 하나 만들어보자는 심산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운동복을 갈아입고 가을 토요일 저녁 우리는 신천변을 달려 10km를 완주했고 진탕 술을 마셔 다음날은 바닥에 붙어 있었다. 

 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친구 녀석이 시간 대비 운동량이 자전거의 3배는 된다며 달리기에 매진했을 때도 나는 가끔 한 번씩 강변에서 달렸지만, 2-3km를 넘기면 쉬고 싶은 생각에 달리기를 멈추고 걷기를 반복했다. 최초 참가한 10km 달리기 이후 5km 이상을 뛰어본 적이 거의 없이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는 형태로 운동을 이어나갔다. 이후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달리기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서서히 성장하고 동호인들이 늘어났고, 친구 녀석들도 달리기 앱을 통해 종종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달리기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뭐든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손 놓지 않고 가느다랗게라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4차 예방접종을 맞고 맞이한 2022년, 별 다를 거 없이 한 해의 하루가 지나가면서 그렇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었다. 건강검진을 꼭 해야 돼서 7월 건강검진을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알콜성 지방간의 진단을 받았다. 2년 전 중증에서 올해는 '심각한'의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었다.  2년 전 건강검진을 통해 체중감량을 시작했듯이 이번에는 달리기를 통해서 내장지방을 줄여보고자 하였다. 가느다랗게 이어 오던 달리기를 붙잡고 살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 인간들은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러 갈 때도 달리고,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겨 더 강력한 체력이 필요해서 달리고, 경찰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달리고, 달리는 녀석들은 점점 더 멀리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 녀석은 급기야 하프를 연습 삼아 달리더니 울산 태화강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달리기까지 하면서 달리기의 의지는 주변 인간들에 의해서 불붙기 시작했다. 먼저 직장에서 사전에 달리는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식사를 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러닝 클럽을 만들었다. 발대식 전까지 열심히 달리던 사람들이 발대식 이후 덜 달리는 감은 있지만, 계속 달리고 있다. 12명의 회원들이 달릴 때마다 알림으로 러닝 클럽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한다는 것을 알려줘 누워있다가도 달리기의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최근엔 혼자 10월 초 높은 가을 하늘과 쾌적한 기후에 8일 동안 5km를 7일 동안 뛰었다. 대회는 아니지만 며칠 전엔 10km 달리기도 하였다. 약간의 달리기 몸살이 오기도 했지만, 주변인들의 달리기를 보면서 계속 달리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11월에는 주변인들과 달구벌 마라톤을 신청했다. 이제는 좀 더 배우고 체계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법을 배워나가야겠다. 2년 뒤 나의 지방간이 중증으로 내려오면 더 달릴 것이고, 더 심해져도 더 달릴 것이다. 스포츠 웨어 상품권으로 조만간 러닝화 하나 사러 가야겠다. 

 오늘도 가을 하늘은 높고, 기온은 달리기 좋게 차갑다. 학교 급식 먹고 오늘은 간단히 몸만 데우는 정도로 달리자! 앱으로 달린다고 알림을 보내 나머지 사람들에게 의지를 북돋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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