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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Jan 22. 2024

일상에 대하여

야근 후 한 잔 기울일 친구가 있다는 건


 야근을 하면서 옥상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리 중요한 업무가 아닌 야간 자율학습 지도를 하는 것이라 업무의 강도는 없을뿐더러, 수시지원 준비로 지쳐가는 학생들과 함께 나도 기운이 다운되어 있었다. 여름과 가을사이 창문을 열어놓아 교무실엔 모기가 말 그대로 창궐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진정한 자율학습이 이루어지니 누워 자는 학생도, 떠들고 노는 학생도 없이 조용히 공부에 열중인 학생들만 남았다. 다만, 예전보다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이 1/3로 줄어들었다. 인원을 체크하고 들른 진학실에는 늦은 밤에도 수시원서를 준비하는 3학년 담임들이 절반 이상 열의를 태우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칭찬의 말이 튀어나왔다. "학생보다 선생들이 더 많구먼!" 남아있던 선생님들이 모두 웃으면서 뼈를 때리는 진실이라며 떠들고, 동기인 진학부장은 다음부터 진학실 오지 말라고 농반진반 말을 던졌다.

 이렇게 자율학습 지도의 시간은 흘러 흘러 퇴근시간인 10시가 되어갔고, 어제 한 잔 하자던 친구에게 야근이라 10시 넘어 마친다는 글을 남겼지만 답은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자마자 전화가 왔다. 안 오고 뭐 하냐고? 두 명이 만난 지 얼마 안 됐다며 빨리 나오라고 해서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위치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맥주를 네 병 마신 상태였다. 나는 간단하게 막걸리로 가져와 따랐다. 벌써 애들 교육문제, 부부관계, 직장문제 등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간 상태였다.

 


이 글을 쓴 지 2년이 지났다. 배낭여행을 하며 글을 쓰다 미처 발행하지 못한 글을 발견했다. 2년 동안 야근 후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서울에서 친구 한 놈이 더 내려와서 더 풍요로운 술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이제는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더 활성화되었다. 어느 순간 맘 편하게 전화해 만나는 친구를 넘어 원치 않아도 나가야 하는 술자리도 생기게 되었다. 인원도 늘어나 두어 명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많을 때는 다섯 명씩 만나 술을 마시면서 술자리도 길어지고 대화도 깊이를 잃을 때가 많아졌다. 일단 저 단체 채팅 방부터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여하지 못한 친구는 작은 아쉬움이 쌓여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너무 자주 술자리를 만드는 친구는 또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래서 이번 2024년 배낭여행을 떠나며 자연스럽게 내가 나오면서 단톡방을 폭파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배낭여행 간다고 가기 전에 술을 산다고 몇 번의 술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그때 두 놈이 다투고 먼저 나가버렸다. 일단 내 생각보다 먼저 채팅방이 파괴는 되었다. 문제는 두 놈이 아직 화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배낭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 중간에서 가교 역할이라도 했을 텐데, 하필이면 2년 전에 나를 불러낸 두 놈이 싸워 더 신경이 쓰인다. 여행이 끝나고 귀국했을 때 두 놈이 화해했기를 바란다. 외국이라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쉽다. 쌓인 건 만나서 풀어야 된다. 술을 마시기 전에 진지하게. 귀국하면 자리를 한 번 마련해야겠다. 그전에 이 글을 친구 녀석들에게 보내야겠다. 지란지교가 이어지도록 기원하며 이 글을 발행한다.

2024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술을 마시자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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