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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수 May 19. 2024

더 비스티보이스를 만난 날

나는 하드코어펑크 밴드 쟈니로얄이라는 팀의 멤버다.

밴드를 하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할 무렵부터 따져보니 28년 정도가 지났다.

삐딱했던 헤비메탈덕후 중딩 시절을 제외하더라도 28년 동안 내 인생 최고의 밴드를 꼽으라면 3초의 망설임 없이 *비스티보이스를 꼽을 거다.

인생 최고의 밴드라면 음악적인 부분을 떠나 모든 부분을 영향받았다 말할 수 있을 거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기에 내가 그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음반 북클릿 속 그 들의 모습이나, 누군가가 녹화해 준 VHS 뮤직비디오 화면뿐이었다.

물리적으로 물 건너온 테이프들을 늘어질 때까지 시청하며 따라 하고 흉내 냈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90년대 한국에서 따라 해 봤자 알만 한 수준이었겠지만 평범함을 무기로 다가온 생화밀착형 백인 문화와 음악은 어린 나에겐 하나같이 신비롭고 멋있었다.

패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부모형제들에게 물려 입었을법한 워크웨어 쪼가리, 스포츠저지등, 그 당시 어른들이 말하는 거지 스타일 정도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지만 90년대에는 *디키즈 바지 한 개를 구하려 해도 산더미처럼 쌓인 미국 중고옷들 사이에서 한참을 찾아야 가끔씩 들어 있는 브랜드였다. 귀해서 구하기 힘든 것이 아니고 아무도 그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TV화면에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연신 돌리고 돌리고 이리보고 저리 보고 해서 입은 옷의 브랜드를 알아내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브랜드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디키즈, *칼하트, *캉골, *프레드페리..

지금은 쇼핑몰에 가면 새 제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랜드들

음악뿐만 아니고 모든 면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준 그들이 아직도 사랑스럽다.


2005년 ,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비스티보이스가 일본 투어를 한다는 소식이다. 이름하야 PAGEANT TOUR 2005

왕대호, 명식이형이랑 가기로 했다.


5일 정도의 일정으로 우린 일본 도쿄의 *부도칸으로 향했다.

멀리서 지켜본 그 돌의 공연은 내 짧은 글솜씨로는 표현이 힘들 거 같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로 줄여본다.


돌아오는 길부터 숙소에서의 시간, 식사시간 며칠 동안을 우린 비스티보이스 이야기만 했다.

공연 다음날 우린 도쿄로 쇼핑을 갔다.

도쿄 시내에서 가끔 보이는 백인들이 지나가면 나는 대호한테 "어,! 비스티 보이스다"라고 장난을 쳤다.

하루 종일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장난의 반응이 웃음에서 짜증으로 바뀔 때쯤,

도쿄의 고급호텔 앞의 백인을 보고 내가 "대호야! 비스티 보이스다" 를 외치고 낄낄 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호가 그 백인에게 달려가며 "야, 진짜 비스티 보이스야!!" 라고 외쳤다.

"지랄하지 마, 이 미친 새끼야.! 어?" 5초 동안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진짜 비스티보이스의 *MCA(애덤 요크) 였다.

비스티 보이스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다.

만났다. 비...스..티..보...이스... 후덜덜..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최고의 날이었다.

비스티보이스


비스티보이스 멤버 MCA와 함께 찍은 사진

7년 뒤, 2012년 5월 4일 비스티보이스의 멤버 MCA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새벽에 기사를 읽고 제일 먼저 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R.I.P - ADAM YACH




*비스티보이스(beastie boys) - 1981년에 결성된 미국의 힙합 그룹. 마이크 D, MCA, 애드락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1986년 데뷔 앨범 "Licensed to Ill"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힙합과 펑크 록을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들은 혁신적인 음악과 유머러스한 가사로 힙합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

*디키스(Dickies) - 1922년에 설립된 미국의 작업복 브랜드로, 내구성과 실용성으로 유명하며, 스트리트웨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칼하트(Carhartt) - 1889년에 설립된 미국의 작업복 브랜드로, 내구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의류로 유명하다. 주로 작업복, 아우터웨어, 액세서리를 제작하며, 최근에는 스트리트 패션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캉골(kangol) - 1938년에 설립된 영국의 패션 브랜드로, 베레모와 버킷햇 등 모자류로 유명하다. 군인과 예술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프레드페리 (Pred Ferry) - 1952년에 설립된 영국의 패션 브랜드로, 테니스 선수 프레드 페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클래식한 폴로셔츠와 로렐 월계수 로고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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