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를 생각하니 또 마음이 이상해진다.
그때의 내 감정, 그런 기억들이 생각나는 것 뿐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교회 수련회였는지, 자원봉사였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다만 그 안에서 공연팀에 참여하게 되었고, 내 파트너가 그 아이였다는 건 분명히 기억난다.
처음엔 단순히 공연 파트너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호감이 생기면서 관계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당시에 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익숙함에 속아 헤어지지 못하는 상태였었다.
3년을 만났으니 헤어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내 마음 속에 들어오니 확실히 헤어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서둘러 남친에게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했다.
몇 번씩이나 말했는데 헤어짐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완강하게, 확고하게 밀어붙였다.
정든 마음에 눈물이 나긴 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그리고 그 아이와의 썸이 시작되었다.
그 아이는 내가 헤어진지 모르는 상태여서 그런지
이런 말을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한동안 말을 못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헤어졌다고 바로 말하면 너무 없어보이나.
그러면 나도 널 좋아한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일단은 된다고 말하고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