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이 망했다 생각한 그는 나와 결혼했다
20년도 더 된 추억을 꺼내 보니 그때의 감정이 올라왔지만, 딱히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제 그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있는 신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확실히 잘 맞는 구석이 있다.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고 서로를 편하게 해 주는 그런 힘이 우리에게는 있다.
연애 때부터 그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이 사람과 있으면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내가 편안해진다.
그 편안함이 나를 결혼까지 데려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랑과의 첫 만남이 생각난다.
얼마 전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프로그램을 같이 시청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
"파스타를 맛있게 먹네? 그랬지~"
그러면서 깔깔거린다.
소개팅 나갔는데 긴장도 안 하고 맛있는 걸 잘 먹는 내 모습이 웃겼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웃겼다.
잘하지도 않는 발레 영상을 소개팅에서 무턱대고 보여줬으니까.
그래서 내가 정말 웃긴 사람이라고 신랑이 생각했다고.
신랑에게 내 첫 이미지는 센 여자였다.
엄청 화려한 귀걸이에 화장이 진해서
(평소에는 그러고 다니지 않는다.)
소개팅이 망했다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나랑 이야기를 해보니
재밌는 사람이라 애프터 신청도 하고,
두 번째 만남 때 우리는 연애를 하기로 했다.
연애 시작도 재밌었는데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그 사람이 전화기 너머로 "우리 사귀는 거야?" 하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아니야?"라고 답했다.
헤어지기 전, 저녁 식사 때 그 사람이 말했다.
"다음에 친구 청첩장 모임이 있는데 갈래?"
"어..? 그래."
당황했지만 결혼 전제로 날 만나려고 한다는 생각에 기뻤는데
'사귀는 거야'의 질문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신랑 친구가
"1일이다, 사귀자, 이런 얘길 해야 제대로 사귀는 거"라고 했다나.
확인 절차였을 뿐이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신랑 친구들은 연인이 생기면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결혼 전제로 만나려고 했다는 것은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연애를 이어갈 수 있지 않았나 그렇게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