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라일락 향기는 내 마음이 점점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좋아한다는 마음에 확신이 생기자 쑥스러운 마음이 더 앞섰다.
학교에서 그 아이는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할수록,
내 마음이 들킬까 자꾸만 숨어버렸다.
그렇게 숨어다녔건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음악실 앞에 멈춰서 버렸다.
마주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동시에 보고 싶었다.
"어? 드디어 만났다!"
고개를 올려다보니 그 아이가 반가우면서도
서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안녕..?"
"집에 가?"
"응"
"그럼 여기서 놀다 가라~"
그 아이는 음악실로 끌고 가더니 좁은 피아노 의자 옆에 나를 앉혔다.
그러곤 말도 없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실 감각이 사라지려던 그때였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니 숨이 멎을 거 같은 건 기분은 분명 '운명'
"어때?"
"좋아!"
'아, 너무 바로 대답했다'
"오? 그렇게 바로 좋다고 말할 정도야?
다행이다. 지현이가 제일 먼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좋다고 해주니까. 이거 들려주려고 엄청 찾아다녔는데 오늘 만나서 다행이야.
근데 나 왜 피했어?"
"내.. 내가 언제 피했다고 그..그래?"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회피했지만 이미 그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뭐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됐어. 그런데 그렇게 좋아?"
"어? 어.. 그럼! 난 네가 다 좋아. 아아!! 네가 하는 곡은 다 좋아"
"역시 내 1 호팬이다!"
'1 호팬..?'
그에게 나는 단순히 팬이기 때문에 그가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건 아닐까?
이 서운함은 어디서 기인하는 건지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어 돌아서려고 하던 그때였다.
갑자기 그 아이가 나를 껴안으며 항상 응원해 줘서 고맙다 말했다.
온 우주의 시간이 멈춰 그와 나만 이 세상에 남겨진 기분이었다.
'딸꾹'
눈치 없이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하림은 허둥지둥 대며 토닥여줬다가 급하게 가방을 뒤적거리곤
물을 건네주었다.
덕분에 빠르게 진정했지만, 수치심 또한 빠르게 찾아왔다.
"아.. 고마워. 나 먼저 가볼게. 오늘 곡 진짜 좋더라."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야. 바쁜 사람한테 폐 끼칠 수 없지. 나 먼저 갈게. 연습마저 해"
"오늘 연습 다했어. 데려다줄게. 1 호팬을 집에 데려다주는 영광을 저에게 선물해 주시죠?"
"으아..?! 알겠어.. 고마워"
"고맙긴. 앞으로 내가 더 고마워해야 할 일이 많을 걸?!"
그의 너스레에 웃음이 절로 났고, 마치 몇 년을 알아온 사람처럼 편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웃고 떠들고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아, 우리 집 여기.. 오늘 데려다줘서 그리고 신곡? 도 들려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1 호팬에게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그럼 나중에 소원 하나 들어줘!"
소원이라는 말에 무슨 소원인지, 언제 들어주면 좋은 지도 물어봤지만
적당한 때 적당한 날이 오면 그때 들어 달라고 했다.
"적당한 때, 적당한 날? 그래 그때가 언젠지 말해주면 소원 들어줄게"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