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혹시 라일락 있어요?"
"라일락? 봄에나 들어오지 겨울에는 없어요. 꼭 그 꽃이어야 해요?"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러면 꽃말이 비슷한 꽃은 있을까요?"
"그러면 히아신스 이걸로 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리움이라는 뜻도 있어요"
그리움이라..
정말 많이 그리웠지..
널 만나러 가는 길이 생각보다 긴장이 됐는데
그보다 설렘이 더 컸다.
그리움의 끝이 처절한 외로움일까 외면했던 건
아니었을까?
널 만나러 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울 줄 알았다면
진작에 용기를 내볼 걸 그랬다.
"졸업연주회 오셨어요?"
"네"
"누구 지인이세요?"
"아.. 강하림이요"
"네, 편하신데 앉으시면 되세요"
혼자서 외쳤던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으니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많은 감정들이 터져버릴 거 같아
간신히 꾹 참아냈다.
그렇지만 그 마저도 얼마 가지 못했다.
졸업연주회니까 가볍게 하겠지, 라고 생각한 건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여전히 너는 따뜻하고 온화한 음악을,
위로를 주는 음악을 하고 있어서
그때와 다르지 않아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변한 거 없이 너는 여전히 멋지고 빛났다.
그리웠던 너의 음악이,
반갑게 들리는 너의 피아노 소리에
눈물을 멈추는 법을 까먹어 버렸다.
내가 생각한 거 보다 나는 너를 더 많이 그리워했고
널 향한 내 마음이 이렇게 커져버렸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잊으려고도 해보고, 잊지 않으려고도 노력한
나의 모순적인 지난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네가 피아노를 뗄 수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널 향한 내 마음도 이제는 버려지지도 않는
그런 마음이 되어버렸다.
"어? 지현?"
눈물 마를 새도 없이 그 아이가 나를 알아봤다.
"어.. 안녕? 오랜만이야"
목이 매어 목소리가 가라져
민망했다.
그렇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바지 주머니춤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볼을 닦아주었다.
"나 보러 왔어?"
"으응"
"그럼 좀 서운한데?"
"어? 왜?"
"왜 이제서야 보러와. 내가 공연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어.. 그게 ..네가 보러 오라고 하지 않아서..?"
"난 당연히 내 1호팬이 짠하고 나타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벌써부터 말리는 기분에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그가 지금 날 기다렸다고 하는 걸까?
그랬다면?
왜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연락을 안했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문득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이 생각나 빠르게 내밀었다.
"저.. 이거.. 졸업 축하해!"
"우와! 꽃 예쁘다 고마워!!"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이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그 긴 그리움을 견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