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웃음을 보니 '이제 됐다' 싶었다.
내 첫사랑을 이제는 보내줄 때라고.
"그래. 그럼 잘 있고 항상 응원할게. 안녕"
말로 뱉고 보니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울음이 터져 나올 거 같아
재빠르게 뒤돌아 걸음을 재촉했다.
"지현아!!"
얼마 가지 않았는데, 그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뒤돌아 서는 순간 이 첫사랑이 다시 시작될 거 같아서.
"지현아, 잠깐만!!"
하지만 그의 다급한 외침에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후.. 너 제법 빨라졌네? 겨우 잡았다."
"...."
"울고 있었어? 아까도 울더니.."
그러더니 바지춤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무한테나 친절하게 굴지 마.."
기껏 마음을 다잡았는데 다시 요동치는 심박수에
말이 모질게 나간다.
"아무한테나 그러는 거 아닌데?"
기대를 하지 않겠다 다짐해놓고.
첫사랑을 끝내겠다 결심해놓고.
그의 말에 흔들리는 걸까.
더 기대하게 되는 걸까.
"그때 내 소원 들어주기로 했던 거 기억 나?"
그가 오래 묵혀왔던 소원 이야기를 드디어 꺼냈다.
내가 그토록 오래도록 묻고 싶었던 것.
'네 소원은 뭐야?'
이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며
하루 하루를 버텼다.
이번에는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헛된 희망을 품고 왔는데
네가 먼저 그 소원 이야기를 꺼냈다.
왠지 억울한 기분에 기억이 나지 않는 척 말했다.
"어.. 어.. 그랬었나..?"
"기억을 못한다 해도 내가 기억하니까.
우리 약속했으니까.
내가 소원 말하면 네가 꼭 들어주기로 했었잖아"
"어..어 맞네.. 그랬었네. 근데 너무 오래돼서.."
"오래됐지.. 그래서 내가 이런 말 하기가 염치가 없는데
그럼에도 더는 안될 거 같다."
그는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간신히 입을 떼어 말했다.
"지현아, 나는.. 널 많이 그리워했어.
네가 보고 싶었고, 널 많이 생각했어.
오늘 네가 와줘서 나는 정말 많이 기뻐.
내가 이기적인 거 나도 알아.
그래서 그동안 네가 나를 찾았다는 걸 알았는데도
연락할 방법이 있는데도
어떻게 만나자고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네가 왔고 너는 또 울어서
내가 널 안아주고 싶어서... 안 되겠더라.
그래서 내 소원은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