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9번 | Symphony No.9의 마지막 악장 합창의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고음부에서 전공자들은 간혹 "이때 이미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아서 음역대를 잘못 이해한 거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작품 배경을 이해하고, 악보를 통해서 음악적 가치를 깨우치고서 무대에 올라가는 이는 생각 외로 많지 않다. 제한적인 연습시간을 통해서 최대한 빨리 곡을 습득하고, 무대 위에서는 더 좋은 결과물과 관객의 환호성을 받는 게 먼저여서 일까.
하나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주를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주를 통하여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음악표현의 테크닉 혹은 경지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작품마다 작곡가의 삶이 담겨 있다. 자신만의 음악관이 살아 숨 쉰다. 반드시 대가 | maestro에 의한 작품에서만 녹아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떠한 형태로든 작품 안에는 작곡가가 불어넣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마련이다.
고전 그리고 낭만시대의 악보에는 오히려 작품에 대한 작곡가의 설명이 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전문서적을 통해서 대략의 분위기를 파악하게 된다. 베토벤의 교향곡 1번을 공부하기 위해서 악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교향곡 1번의 탄생과정과 시대적인 배경, 작곡가의 당시 삶이 기록되어 있는 별도의 책이 필요하다. 저자마다 작품과 작곡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떤 책을 고를지는 아주 중요한 과정임을 알아야 하겠다. 여기서 저자라고 하면, 작곡가의 삶과 작품을 분석한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특정 전문가에 의해서 작품 해석을 읽다 보면 다양한 어투가 있다. 필자는 '작곡가는 이 부분에서 이런 의도였다' 보다는 '작곡가는 이 부분에서 이런 의도였지 않았을까'의 글귀에 더 시선이 간다. 막말로 내가 베토벤과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작품에 대해선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 자신은 고민도 해보지 않은 채 꼭 당연하다고 바로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의 의견은 어때?'라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음악 해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같은 결론에 다다를 지라도 이유는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지 않을까.
2021년 12월 [전주의 한 카페에서]
현대 창작곡에는 대부분 악보의 첫 페이지 혹은 마지막 페이지에 작곡가의 의도가 기록되어 있다. 작곡가의 작곡기법, 작곡 의도 등이 적혀있다. 고전 낭만 음악과는 다르게 현대 창작곡은 조성 | tonality의 의미가 더 확장되었기 때문에 작곡가의 설명이 없는 창작곡을 연주자들이 처음 악보를 접했을 경우에는 곡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은 고전 낭만 시대의 작품이나 현대 창작곡이나 다 가능하겠다. 하지만 작곡가의 작품 의도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의 작품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귀가 예민한 사람은 바로 소리에 의해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겠고, 연주자들의 표정을 보면 작품을 이해하고 연주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겠다.
곡 설명을 쓰는 것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작곡가 자신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담겨있을 중요한 단서이자 기록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간혹 작곡자가 실수를 하는 것은, 곡에 대한 설명을 어렵게 쓴다는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어렵게 | hard 쓰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 hard to understand 쓴다. 곡 설명이란 너무 길 필요도, 너무 짧을 필요도 없다. 나만 이해할 수 있어서도 안된다. 너무 자세하게 써도, 너무 단순하게 써도, 너무 과하다 싶다 할 정도의 내용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을 처음으로 접할 이들의 이해를 도와줌과 동시에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내가 시간을 들여서 쓴 작품 해설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풀어나가면 그것만큼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좋은 곡 설명을 쓰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작품 구상 및 스케치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 | story를 계획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제 | working title라 할지라도 대략의 제목도 정해두면 반드시 도움이 된다. 많은 젊은 작곡가들이 이 두 작업을 작품 후반부 혹은 작품이 완성이 되고서 구상을 하기 시작한다. 좋은 결과물만 만들 수 있다면 꼭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작품을 진행시키다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걸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음악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미리 계획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어느 유명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 있어서 최소 5번 이상의 수정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끝 세로줄 | final bar line을 그었다고 해서 작품이 완성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고서 맨 앞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음악을 들여다보다 보면 반드시 수정하고 개선할 부분들이 계속해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작품은 연주를 통해서도 수정을 거쳐가기 때문에 그만큼 작품 하나에 드는 작곡가의 노력과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작곡가 혼자만의 음악적 고뇌의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작품에 임하는 것, 그것부터 습관을 들이면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