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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Sep 29. 2021

내 우산 어딨지?

내 우산 어딨지?


비가 내리던 오전 버스 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볼일이 생겨서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평소에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 107.7.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사연 하나.

내용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아침 출근길과 퇴근길에 늘 버스를 타고 다닌다.

비가 오던 날 우산을 챙겨 만석인 버스를 타고 회사 앞에 내린 그는

회사 문 앞에서 자신이 우산을 두고 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버스는 떠난 지 오래. 

그는 우산을 포기했어야만 했다.


다행히도 퇴근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집에 있는 아내에게 잃어버린 우산에 대해서 어떻게 변명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도착한 버스.

놀랍게도 자신이 두고 내렸던 우산이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출근길에 탔었던 같은 버스를 퇴근길에 다시 타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런 행운이 있을까 기뻐하던 그는

아내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할 생각에 엄청 들떠 있었다.

로또라도 사야 하나 하면서 해맑게 웃던 그는 집 앞 정류장에 내렸다.


그렇다.

우산을 다시 두고 내렸다.



사연을 들으며 웃다가 나도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도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우산을 고이 모셔놓고 내렸다.


사연과 함께 내 경험담을 들은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하더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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