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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Nov 10. 2021

비둘기 무리가 보이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 아침 나를 맞이하던 너희들은 어디에

비둘기 무리가 보이지 않는다


몇 주 전의 일이었다.


매 주일(일요일)마다 9시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

교회 근처 마을버스에 올라탄다.


마을 버스정류장 앞을 늘 장악하던 무리들


집에서 교회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평소에도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주일 아침에는 늘 새벽부터 깨어있다.

사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소파 위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집을 나서기 전까지 사경을 헤맨다.


그렇게 도착한 버스정류장.

마을버스 종점에 위치한 교회에 가기 위해서

늘 8시 25분과 30분 사이에 도착하는 버스에 타게 된다.

그렇게 하면 20분 정도 여유롭게 교회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역시 종점이자 시작점이다.

집으로 귀가할 때에도 이곳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게 된다.


일 년을 넘게 이 정류장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둘기 무리들이 집결해있다. 마치 반상회를 하듯이.

늘 같은 곳을 지나가시던 어느 할머니께서는 시크하게 비둘기 무리에게 빵부스러기를 뿌리고 가신다. 덕분인지 이 녀석들은 몸집이 굉장하다.


눈빛도 매섭다.

너무 먹어서?

아님 너무 배고파서?


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이 와도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무리들이 오늘은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시멘트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설물과 털로 뒤덮여 있지만 이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있겠지 하는 마음에

예배후 버스에서 내렸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는

텅 빈 거리만 보였다.


버스에 승차할 것도 아니면서 늘 정류장을 장악하고 있던 비둘기 무리가 귀찮기만 했는데

막상 한 녀석도 보이지 않으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순간 들면서 지하철로 들어서기 전 좌우를 살피게 되었다.


그날따라 보이지 않길래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거니 하면서도

막상 보이지 않으니 왠지 모를 시원섭섭함이 몰려온다.


어디에 있든지 정말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주일 아침마다 보이던 녀석들이 오늘따라 보이지 않아

문득 들었던 생각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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