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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ug 20. 2021

방학이 왜 벌써 끝난 거지?

작품 작업 후유증

방학이 왜 벌써 끝난 거지?


나의 방학을 반납하게 만든 작품 [2021년 7월부터 시작된 작품]

오래간만에 작품 위촉이 들어왔다. 작품으로 순위를 가르는 콩쿠르와는 달리 작품이 무대에 올려져서 관객의 평을 받는 자리인 만큼 작곡가로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큰 기회이다. 이번에 들어온 위촉은 완성된 작품이 연주만 되는 형식이 아니고 저명한 작곡가들의 지도 아래에 함께 선정된 5명의 다른 작곡가들과 서로의 작품을 공부하며 서로의 음악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작품 연주로 마무리. 아직 2~3달 이후에나 있을 얘기지만 일단 예정된 일정은 이렇다.


콩쿠르는 떨어지게 되면 마음만 조금 씁쓸하면 그만이지만 위촉은 그렇지 않다. 작품성을 떠나서 어떻게든 일단 연주는 된다. 평가는 그다음이다. 심사위원들의 인정을 받고 본선에 연주되면서 파이널을 위해 남은 경쟁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객석을 채운 관객의 눈과 귀의 평가를 받게 된다. 내 작품이 연주되는 시간을 길어봤자 10분 내외지만 10분이 1시간 같은 시간 동안 주변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피게 된다. 작품이 연주되는 동안 음악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평소에 가장 뒷자리에 앉는 걸 선호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짧은 일정을 계획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번 위촉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졌던 시간은 고작 두 달.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계획도 세워야 했고 작품 구상도 해야 했다. 아무리 작업 일정이 세워졌다 하더라도 작품이란 게 맘대로 써지지 않기 때문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스트레스는 쌓이게 된다. 작품이 써지지 않을 때에는 무조건 쉬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었지만 이번 위촉은 너무나도 중요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작품 계획은 한 달을 세웠었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사보(악보 프로그램으로 완성하는 단계)를 마친 후 협회에 보내기까지 정확하게 두 달이 걸렸다. 평소에 작품 구상만 2~3주 걸리는 거에 비하면 빨리 끝낸 셈이다. 끝 세로줄(작품의 마지막, 끝맺는 부분)이 언제쯤 일지 모를 상황에서 매일 한마디 이상씩 채워나가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하루가 10분처럼 느껴질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겨우 제출 기한에 맞춰서 무사히 제출을 하게 되었지만 남는 건 아쉬움뿐이었다.


다른 작품 계획도 세우고자 했었지만 한 작품이 방학이 끝나 있었고 다음 주면 2학기 수업이 시작된다. 작품 하나에 정신없이 보내게 된 이번 방학이었지만 다른 작곡가들과의 만남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이하고 상관없이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늘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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