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안 써봤는데요, 관심 없어요

작품 안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악기

by Gigantes Yang

한 번도 안 써봤는데요, 관심 없어요


타악기: Waterphone [활로 그으면 귀신소리가 나는 매력적인 악기]


새로운 편성의 작품 과제를 받게 되는 작곡과 학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 소리에만 의존한다.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다. 다양한 악기들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악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더 이론에 치우치게 된다. 그래서 학부 때 많이 하는 실수가 "책에서는 된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연주가 안될 때에는 "왜 안돼요, 가능하지 않아요?", 라며 연주자와 이론 책을 오히려 탓하게 된다.


특정 악기를 위한 작품을 쓸 때에는 악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되어 있아야 한다. 적어도 악기의 음역대나 기본 주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피해야 하고 쓰길 두려워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라 써봄으로써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악기에 대한 경험이 생기게 된다.


학생 때는 조금 부족해도, 실수해도 괜찮다. 내가 틀려봐야 그게 맞는지 틀린 지 직접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계(거의 모든 예술계가 마찬가지지 싶다)서는 학부생과 졸업생을 대할 때의 태도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작품을 두고서 "학생작품 치고는 잘했네", 와 "졸업생 치고는 조금 부족한데?", 로 대부분 갈린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학부 때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은 최대한 많이 해볼 것을 권한다. 학교 안에서 작품으로 A+(최고 점수)를 받건 교수에게 칭찬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졸업 후 나의 실력을 미리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에 만족하지 말라고 한다. 작품을 작곡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학생을 위한 공모전(특히 음악제)에 최대한 많이 지원해 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현장 분위기를 배워보고, 전문 연주자들과의 음악적 소통에 의해 표현되는 내 작품. 내가 아직은 학생이고 배우는 입장에 서있기 때문에 연주자 선생님들은 학생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웬만하면 다들 흔쾌히 도와주신다. 이 모든 것은 학생일 때 가능하다.


졸업해서(여기서는 학부 상관없이 학업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를 말한다)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모두들 나를 전문 음악가로 대한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진정한 어른으로 대해준다. 졸업을 하고서는 내가 평소에 쌓아두었던 경험을 조금이라도 더 표현하기에 바쁘다. 정말 바쁘다.


필자는 새로운 악기로 작품을 쓴다는 것에 큰 두려움이 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태도는 아니다. 연주가 원하는 대로 안될지언정, 일단 이론에 근거해서 최대한 잘 쓰려고 한다. 이렇게 쓴 작품을 내고 나면 연주자로부터 작품 질문을 위해 100% 연락이 온다. 여기서 악기에 대한 나의 공부는 이어진다. 연주자의 눈으로 보는 해석이 나보다는 훨씬 명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악기로 작품을 쓸 때에는 이론 책에 나온 주법들을 전부다 사용한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궁금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또 왜 안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새로운 편성과 악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학부 때 매 학기마다 제출하는 작품들은 제출 후에 자료실 한편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잊힌다. 나의 노력이 그렇게 사라지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조금은 무식한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아직도 공모전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소리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모르기 때문에 궁금한 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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