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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위에 쓰이지 않은 음악이야기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작품을 쓰는 이유를 알아라
by
Gigantes Yang
Nov 9. 2021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통영 음악당에서 바라본 하늘과 약간의 바다]
'어서 와 앉아'
통영에서 이루어진 작곡가와의 짧은 만남.
큰 누님 같은, 혹은 큰 형님 같은 친숙한 말투의 작곡가 선생님과
잠깐 동안의 대화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작품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나가던 작곡가가 나에게 던진 한마디는
'그래서 너의 작품에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였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음악이 끝나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면 끝나고, 또 시작되려고 하면 끝나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을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잠시 동안 나의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작곡가는
나의 지난 삶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의 지난 20여 년간의 음악인생을 들은 작곡가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음악 없이도 살 수 있니?'
'작곡이 아니어도 음악이면 되는 삶은 어떻게 생각하니?'
현대음악 작곡가로 살아가는 게 웬만한 결심이 아니면 살아가기 어렵다고
나에게 현실적인 조언 차 얘기를 해
주셨다.
작곡을 하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음악. 즉, 내가 음악 안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마음껏 표현하는 것.
그리고 청중과 연주단체가 원하는 음악. 다시 말해서 계속해서 나를 찾게끔 만드는 음악.
내가 원하는 음악만 추구하다 보면 작품성을 뛰어날지 몰라도 누군가가 알아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평생 몰라주다가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청중과 연주단체가 선호하는 작품을 만들다 보면
나를 기억하기 시작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를 부를 거라고.
그렇게 시작하게 될 거라고.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 쉬운 길은 없다고 했다.
본인이나 나나 똑같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40살이 넘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뭔지 깨우치지 못하고
내가 음악 안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솔직해지지 못하면
작곡이 아닌 다른 음악의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아쉬움만 남기 때문에 손을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게 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콩쿠르나 음악제에 입상하기 시작하면 내가 곡을 잘 쓴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음악을 쓰는 것 이상으로 좋은 음악을 하나라도 잘 쓰는 게
오래 걸리더라도 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물론 선택은 어디까지나 내 몫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내 음악인생을 응원을 하며 우리의 1시간이라는 대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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