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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pr 01. 2022

나의 스토커에게

아침부터 고생한다

나의 스토커에게


아침 9시면 매일같이 울리는 핸드폰.

이제는 내 하루 일과의 일부가 되어 버린 이들의 연락.

아무리 수신 차단을 해도 다른 번호로 나를 찾는 집요함.


070과 02로 시작되는 대부분의 번호.

이제는 하다 하다 국제번호로 걸려오기도 한다.

가끔은 +86, +61 혹은 +66의 국가번호로 구성되어 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로도 연락을 한다.

가입만 하면 돈을 준단다. 걸려들거라 생각하는지.


이들의 집요함은 스토커 이상의 수준이다.


가끔은 나도 중요한 연락을 기다릴 때가 있다.

부재중 전화가 뜰 때면 혹시 내가 받아야 했어야 하는 연락처인가 하고 확인하면

어김없이 광고성 혹은 대출 전화.

정작 기다는 전화는 올 생각도 안 한다.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가 올 때면 혹시라도 나를 찾는 전화일까 받아보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소리.

처음에는 짜증도 많이 났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받지도 않고 바로 수신 차단 버튼을 누른다.


살다 보면 온라인으로 인증 확인을 해야 할 일이 간혹 발생한다.

항상 거치는 절차 중 하나인 개인정보의 제삼자 제공에 관한 사항.

필수로 체크해야 하는 사항일 때가 많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집착 연락.


그래도 이들도 잠은 자는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는 연락이 잘 없다.

해가 떠있을 시간 (혹은 업무시간)에만 연락을 준다.


핸드폰과 온라인 시스템이 있기 전의 시대에는

대부분의 가정에는 집전화기가 한 대씩은 있었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Daum | 포털 사이트 (2015년 9월에 (주)카카오로 사명이 변경됨)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그때만 해도 스팸은 길거리 혹은 지하철에서 판매되던 종이 형태의 신문지 사이의 광고지 형태가 대부분.

오늘날처럼 귀찮은 연락을 받을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만남이 오히려 잦던 시절에는 귀찮게 하는 연락이 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람과 사람과의 연락이 예전 같지 않는 요즘

평소에 연락이 잘 없는 사람에게는 이런 연락조차도 고마울까.


스팸전화인걸 확인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그리운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짧은 설렘이

대략 2초에서 5초 정도 유지된다. 바로 전화기가 울리면서 확인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몰려오는 실망감.


이제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인공지능 목소리가 일을 대신한다.

별걸 다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


오늘날에는 전화연락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문자가 편해진 세상.

대화의 기능이 바뀌어버린 시대.


전화번호를 누르는 수고가 많이 줄어들고

텍스트를 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문자를 치는 시간조차도 아까웠는지

최대한 간결하게, 혹은 줄임말을 써도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요즘.


우리에게 대화는 점점 그 형태와 의미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침부터 나를 귀찮게 하는 스팸.

스팸을 거를 수 있는 어플이 생겨나면 또다시 다른 경로로 연락을 주는 존재.


그래도 안 받아.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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