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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Mar 26. 2022

좋다 말았네

좋다 말았네


매 학기 지방에 강의가 있기에 열차를 자주 이용한다.

내가 타는 시간대는 사람이 늘 만석이다.

원하지 않아도 내 옆자리는 비어있는 경우가 드물다.

체구가 큰 나로서는 좌석에서의 편안함은 느낄 수가 더욱더 없다.


맘 같아서는 자가를 이용하면서 다니고 싶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주 몰고 다니는 것도 일이다.

게다가 예상 기름값에 톨비를 계산해보니 한 달 열차 값 보다 약간 더 나간다.


한 가지 더.

운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열차를 택한다.


[수원으로 향하는 KTX]


이날도 어김없이 사람이 북적거릴 시간에 수원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한다. 당연히 만석일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앉은 9호차 차량에는 아무도 없었다. 열차 출발 10분 전인데 이 한 칸에 나 혼자라니. 물론 다음 정거장에 누군가는 탑승을 결국엔 하겠지만 왠지 모르게 신이 났다. 이때만 해도.


출발 5분 전.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한두 명씩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그럴 리가 없지. 내 돈 내고 구입한 자리에 앉겠다는데 원망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 넓은 칸에 혼자라는 기분을 조금 더 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얻은 나만의 시간이었는데.


1분만 더 혼자였더라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하루의 피로가 풀릴 법도 했는데. 내가 구입한 건 9호차의 15A좌석 하나이지만, 혼자 탑승해 있을 때 내가 딱 원하던 정적만이 있던 공간. 1분만이라도 더 기다렸다 타지.


낯선 이들을 맞이할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모든 좌석은 곧 만석이 되었다. 내면의 이기심으로 인하여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뭐라고.


별수 있나. 집에 가서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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