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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Mar 06. 2022

알아서 해봐 음식은 감이야

알아서 해봐 음식은 감이야


장모님께서 해주시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장모님께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꽤 높으시다.

장모님께서는 음식 간을 감으로 하신다. 매번 맛이 다르다는 뜻이다.


신기한 건 늘 맛있다.


장모님께서는 당신의 손에 의해 완성되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 어떤 요리도 다 만들어 내신다. 


신기한 건 늘 먹어보던 그 음식 맛은 아니지만 맛있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일 때면 식탁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육해공이 다 올라온다. 

그중의 절반 이상은 어머님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음식과 반찬.

다양한 김치류는 기본 옵션.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아내와 방문할 때면 딸과 사위를 위한 음식과 반찬을 늘 만들고 계신다.

내가 맛있다 하면 아내는 장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장모님께서는 그 음식을 중심으로 자식들의 다음 방문을 준비하신다.

생선구이가 맛있다 하면 생선구이가 한가득.

겉절이가 맛있다면 겉절이가 가득. 

해물찜이 맛있다 하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을 정도로 싸주신다.

국이면 국, 반찬이면 반찬, 고기면 고기. 정말 많이 챙겨주신다.


나는 워낙에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웬만한 음식을 다 맛있게 먹는 편이지만

유독 장모님께서 챙겨주시는 집밥과 반찬은 평소보다 밥을 더 먹게 만든다.


어머님의 손과 입맛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음식들은 

조리의 과정을 볼 때면 신기할 때가 가끔 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손동작과 조리시간.

누구나 다 쓸법한 재료들.

방금 간을 맛보셨는데도 몇 번이고 간을 보신다.


분명한 건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음식들인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는 것이다.

된장찌개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맛.

수육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식감과 향.


신기한 건 분명 맛있다. 


젓가락이 바빠진다.

국물을 담아 입으로 향해가는 숟가락의 이동 횟수가 빨라진다.

조금이라도 입 안에 그 맛을 기억하고 즐기기 위함일까.


장모님 댁을 갈 때면 평소보다 더 많이

그리고 빨리 먹게 된다.


장모님께 몇 차례 여쭤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하시는지.


"나도 몰라~음식 맛은 감으로 하는 거야~"


당신이 만든 음식을 칭찬할 때면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 티가 너무 날 정도로 행복해하신다.


오늘도 우리는 장모님 표 겉절이와 열무김치를 받아와

어제 잔뜩 만들어둔 카레를 실컷 먹었다.


감사합니다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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