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의 절반 이상은 어머님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음식과 반찬.
다양한 김치류는 기본 옵션.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아내와 방문할 때면 딸과 사위를 위한 음식과 반찬을 늘 만들고 계신다.
내가 맛있다 하면 아내는 장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장모님께서는 그 음식을 중심으로 자식들의 다음 방문을 준비하신다.
생선구이가 맛있다 하면 생선구이가 한가득.
겉절이가 맛있다면 겉절이가 가득.
해물찜이 맛있다 하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을 정도로 싸주신다.
국이면 국, 반찬이면 반찬, 고기면 고기. 정말 많이 챙겨주신다.
나는 워낙에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웬만한 음식을 다 맛있게 먹는 편이지만
유독 장모님께서 챙겨주시는 집밥과 반찬은 평소보다 밥을 더 먹게 만든다.
어머님의 손과 입맛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음식들은
조리의 과정을 볼 때면 신기할 때가 가끔 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손동작과 조리시간.
누구나 다 쓸법한 재료들.
방금 간을 맛보셨는데도 몇 번이고 간을 보신다.
분명한 건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음식들인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는 것이다.
된장찌개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맛.
수육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식감과 향.
신기한 건 분명 맛있다.
젓가락이 바빠진다.
국물을 담아 입으로 향해가는 숟가락의 이동 횟수가 빨라진다.
조금이라도 입 안에 그 맛을 기억하고 즐기기 위함일까.
장모님 댁을 갈 때면 평소보다 더 많이
그리고 빨리 먹게 된다.
장모님께 몇 차례 여쭤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하시는지.
"나도 몰라~음식 맛은 감으로 하는 거야~"
당신이 만든 음식을 칭찬할 때면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겉으로 티가 너무 날 정도로 행복해하신다.
오늘도 우리는 장모님 표 겉절이와 열무김치를 받아와
어제 잔뜩 만들어둔 카레를 실컷 먹었다.
감사합니다 장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