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May 22. 2022

너희 중에 범인이 있다

어몽어스를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조금 더러울 수도 있다

너희 중에 범인이 있다


살면서 어딜 가나 크고 작은 일들이 늘 일어나기 마련이다.

반드시 뉴스에 나오는 범죄의 현장에서만 사건사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과 결과는 오랜 연인처럼 늘 따라다닌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 같아 보여도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때로는 오해를 받기도 할 때가 있다.


단 한 번도 어몽어스 | Among Us라는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실생활에서 억울한 경우를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쉽게 흥분을 하는 성격 때문에 마피아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범인이건 아니건 이유 없이 매번 지목된다는 소리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외관상 범인처럼 생기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희한하다 매번.


우리는 살면서 억울한 상황에 처할 때가 간혹 있다. 내가 원인을 제공했건 하지 않았건 다양하게 발생한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멀리하고 싶은 게 누명을 쓰는 일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같은 마음이 아닐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황하게 된다. 설령 아닐지라도 혹시 내 잘못이 아니었을까 한 번쯤은 의심해보게 된다. 신기한 건 나 자신이 그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절대적으로 범인이 자신이라는 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정말 큰일이 아니고서는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 현장의 얄미운 존재.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서론이 이렇게도 길까 싶겠지만, 누구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기에 고작 그것 때문에?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만약 나 자신이 현장의 원인을 제공했던, 혹은 현장의 피해자였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건은 늘 사람이 밀집해 있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일어난다. 이 정도면 무엇에 대해 얘기할지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얘기를 풀어가자면, 몰래 방귀를 뀌고 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아니, 몰래 방귀를 소리 없이 배출하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사람을 말하고 싶다. 문제는 사람들로 가득해 있을 때 범인의 대담함은 더욱더 커진다. 서로의 몸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누구의 잔향(殘香: 남아 있는 향기)인지 알 수 없다.


[아무도 없는 SRT 내부: 본문과 사진은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나오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 아침에는 빈속에 집을 나선다. 그렇기에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아침에 맡게 되는 이름 모를 너의 잔향은 더욱더 진하고 강할 수밖에 없다. 냄새는 남녀노소 다양하게 다가온다. 내가 방금 전에 무엇을 섭취했느냐에 따라, 누구의 장을 타고 나오느냐에 따라 다른 색체를 띄고 있지만, 그중 강력한 것은 빈속을 뚫고 나오는 녀석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유독 심하다. 소리가 없는 녀석들일수록 우리 곁을 더 떠나지 않으려 하고 허락도 없이 입고 있는 옷 구석구석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가스라는 것은 몸에 오래 간직할수록 배가 되고, 곱절이 되어 속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사무실 의자에 앉기 전, 아침부터 빨리 보고 싶었던 상사의 면상을 마주치기 전에 속을 비우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다가는 아침부터 그 어떤 난감한 상황이 일어날지 예상될 것이다.


[아무도 없는 KTX 내부: 본문과 사진은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음]

생각보다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지능을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범하다. 하지만 왜 하필 내 앞에서 항상 이 사건이 일어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까.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향기를 맡았을 땐 당황하면 안 된다. 사건 현장의 있는 모두가 다들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혹시라도 먼저 반응을 보였을 때 범인으로 지목될까 봐 두려워서이다. 대부분 출입문이 열렸을 때 굳이 급하게 뛰어 나가는 사람이 범인일 경우가 많지만, 그것조차도 50:50의 확률일 뿐이다.


냄새를 자각한 순간부터 눈치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당황할수록 범인으로 지목될 확률은 0%에서 99.99%까지 올라간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서 나에게 원인모를 인상을 쓴다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아직은 내가 지목된 건 아니다. 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시선이 늘어나기 전에 똑같이 인상을 써주자. 상대방의 인상이 너무 강할 때는 무조건 모른 척 하자. 상대를 봐가면서 대응하는 게 중요할 듯싶다. 사람이 많지 않을 경우엔 미안하지만 특정 희생양을 골라서 그 사람으로부터 대놓고 한걸음 물러서자. 그러면 적어도 나에게 쏠릴뻔한 의심은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물러설 곳이 없는 곳이라면 빨리 받아들이고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자. 빨리 포기하고 잊어버리자. 어차피 밀폐된 공간에서는 온갖 냄새로 가득하다.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다들 하나둘씩은 알 것이다. 상상에 맡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결코 좋은 해결방법은 아니지만, 이럴 때만큼은 억울함을 당하기 전에 일단 나도 살고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나는 오늘도 무사히 넘기고 넌 잠시만 부끄러우면 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금방 잊게 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의 희생양이 된 너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해도 될까.


오늘도 몰래 범죄현장을 벗어나 현장에 남아서 고통받을 이들을 생각하며 희열을 느끼고 있을 그분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방귀는 나의 분신과도 같아서 현장을 벗어난들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당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을 겁니다.


경험담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맛집 리뷰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