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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Nov 10. 2022

얻다 대고 내 몸에 빨대를 꽂냐

지겹고 원하지 않는 스킨십의 존재

얻다 대고 내 몸에 빨대를 꽂냐


아무리 싫다고 해도 자꾸만 달라붙는다.

언어의 장벽 때문인지, 말로 해도, 손짓으로 표현해도 알아먹질 못한다. 그냥 무시하는 건가.


몸에서 땀냄새가 나는걸 더 좋아한다. 변탠가 싶다.

가장 피곤할 시간대인 늦은 저녁이나 잠이 덜 깬 이른 아침에 유독 귀찮게 군다.


도저히 대화로 안 되겠으니 싫다는 표현을 더 명확하게 하고자 불을 켜면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투시경을 썼는지, 이놈들은 불이 꺼진 틈을 타고 어둠 속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자려고 누운 밤에는 유독 얼굴 쪽만 공략한다. 제발 귀에 대고 속삭이지 좀 말아라 애원해도 듣질 않는다. 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난 너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구나. 어차피 너도 목적이 있어서 온 거 아니니. 그냥 너네 하려던 거 빨리 하고 가라 제발. 뭐 이런 심정이다.


오늘도 네가 이겼다, 내가 포기할 테니 그냥 빨리 처리하고 꺼져라 해도 상당한 시간 동안 간만 본다. 한 번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한 번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한테 서운한 거라도 있는 거니.


밤새 얼굴을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르겠다. 뺨을 어찌나 때렸던지 이젠 하다 하다 별까지 보인다.


아침엔 마음이 바뀌었는지 얼굴이 아닌 온몸을 공략한다. 식사 때마다 원하는 부위가 있는 건가 싶다.

좋아하는 사람의 냄새가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냥 잡식이다.


경고의 의미로 벽에서 쉬고 있던 놈들을 잡고서는 이놈들의 사체를 그대로 두는 편이다.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내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한다고는 하지만, 일단 무시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부산에서 자주 묵는 숙소의 창문을 통해 찍은 부산역. 18층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기들이 대단하다]


내 몸 곳곳에 꽂아대는 너네 빨대는 청결하니?

은 적어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도 밥 먹고 나면 양치도 하고 입도 헹군다. 심지어 바깥에 나갔다 오면 적어도 세수도 하고 손발은 닦는다.


난 몇 번 긁고 나면 그만이지만

너넨 실컷 배불리 혈액 공급하고 운 좋으면 살아가겠지만 내 손에 잡히면 너넨 최소 사망이야.

내가 설마 초범이라는 이유로 다리 하나만 꺾어서 살려 보내겠냐.


누가 더 손해일까 잘 생각해봐.

차라리 꽃에서 나오는 꿀 먹고살면 안 되겠니.

흡혈귀도 아니고, 좀 정상적으로 살자.


그리고 이제 겨울이다. 번지수 잘못 찾아온 건 아니니?

작작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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