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번 주도 정말 고생 많고 있어

by Gigantes Yang

이번 주도 정말 고생 많고 있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한국말이긴 한데..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몰려드는 표현.

고생 많았다는 소리인지.

계속해서 고생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힘내라는 소리인지.


사실 둘 다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한 주간 너무 고생 많았던 이의 얘기를 들어주다가

이때쯤이다 싶을 때 뭔가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은,


그래... 고생 많았지.

한 주간 고생 많았는데 곧 주말이니깐 쉴 수 있어.

조금만 더 힘내.


둘 다 너무 해주고 싶었던 말이라

두 가지의 생각이 한 문장에 나오고 말았다.


이번 주도 정말 고생 많고 있어.


내 입에서 나온 저 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다.

진심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 아직도 국어가 이렇게 안되나 싶었다.

과거 현재 미래 시제를 한 문장 안에 넣기도 어렵겠다.


내가 뭐라도 위로가 될만한 얘기는 못해주겠지만

고생했으니 앞으로도 하던 고생 계속해서 하라는 소리인지.

고생했고, 계속해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도 내가 말이 잘 꼬이는 걸 알기 때문에

당황해하는 이의 눈치를 살피는데, 다행히도 의미 전달은 된 듯싶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웃겼는지 잠시 동안의 정적은

둘의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둘만의 웃음거리 하나가 하나 또 생겼다.

이번엔 며칠이 갈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드시 국이 있어야만 밥을 먹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