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Nov 18. 2022

실망스러운 일을 겪다 보면 배고픔 조차도 잊게 된다

실망스러운 일을 겪다 보면 배고픔 조차도 잊게 된다


너무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덜 하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과를 이미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 오는 심리적인 변화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기쁨, 다른 하나는 실망감.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건 내가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게 아닐까도 생각 든다.


웬만한 실망감에도 크게 낙담하지 않는 성격이라 생각해오며 살아왔다.

실제로도 그래 왔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준비해오던 일이라 안타깝게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암튼 그런 게 있다.


이번만큼은 초를 치고 싶지 않아서 입 밖으로 그 어떠한 표현도 하지 않았다. 행동 조차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결과에 대해 미리 앞서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지도 않은 기쁨에 대한 상상도, 실망에 대한 대비 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왠지 예감이 달랐다는 것을 감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나의 착각이었다.


나도 이런 기분이 처음이라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된다.


[부산에서의 숙소에서 야경을 보고 있자니 실망감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며칠째 몸과 마음이 분열된 기분이다.


결과를 '통보' 받았을 땐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몸부터 반응을 했다.


식욕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먹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음식물이 입안으로 들어가고 씹는 동안에도 그 어떠한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에 즐겨먹는 주전부리의 즐거움도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자꾸 입에다가 털어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 먹은 삼각김밥이 식사의 전부다.

베이컨 참치와 마요네즈가 들어간 삼각김밥. 내 최애 삼각김밥이다.

씹는 동안 물컹거리는 느낌만 있지,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겠더라.


종일 굶었다.


평소 같으면 각 끼니때마다 이미 30분 전에 배를 채울 시간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을 몸인데

배에서 고프다는 신호조차 내지 않는다. 나답지 않다. 아니, 내 몸 같지 않다.


속으로 얼마나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으면 그에 대한 실망감에 몸이 이 정도로 반응할까 싶다.


자고 일어나면 뭔가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지 싶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쉽게 넘어가지 못한 채

바깥으로 모두 쫓겨나고야 말았다.


살다 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다. 나 원 참.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아 고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