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Dec 03. 2022

똑똑... 문 열어, 나야

방문 틈 너머의 어둠이라는 존재

똑똑... 문 열어, 나야


어느 한여름, 한밤중에 깬다.

더웠던 전날 날씨 탓에 방문을 열고 잤다.

내 방과 거실을 이어주는 그 틈은 약  10센티.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방 너머의 공간.


새벽 2시쯤 됐을까.

자다 깬 이는 분명 확신하는 하나.

모두들 한참 잠들어 있을 시간이기에 거실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는 생각... 은 들지만 문틈 사이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낯선 시선.


문밖에 아무도 없음을 알지만 이미 나의 모든 신경은 곤두서 있다. 평소에 깨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원인모를 이유로 깨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틈 사이로 뻗어 나오는 어둠은 그나마 남아있던 방안의 미새한 빛 조차도 삼키려는 듯 살아 움직인다. 공포심으로 인해 상상이 만드는 허상일 뿐이지만, 머릿속으로는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하더라도 눈은 이미 환상 속에 빠져든 지 오래고,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에 안 쓰던 모든 잔여 근육을 최대한 끌어모으듯 용기를 내서 문밖의 틈새를 없애고자 침대 밖으로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드는 생각.


일어나는 순간 누군가... 아니 무엇인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일단 방문을 닫았다고 쳐. 방안에 이미 들어와 있으면 어쩌지?

 

침대 밑은 안전하겠지?


침대에서 문까지는 불과 몇 걸음이지만 이미 중간까지 왔다면 뛰쳐나가는 게 답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 돌아선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기에 웬만한 용기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세 걸음이면 문 손잡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도 한걸음 한걸음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발바닥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나를 쫓아오면 어떻게 하지? 이미 뒤에 있으려나. 온갖 공포심이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난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내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을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어두운 곳에 있거나 걸을 때 뒤에 왠지 모를 시선이 느껴진다고 돌아보면 안 되는 거야. 사실 뒤에는 잘 없어. 다시 앞을 돌아봤을 때 문제가 생기지. 


누구에게는 별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찝찝함은 나의 불안한 심정을 더욱더 증가시키게 된다.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의 틈새 너머로 보이는 어둠은 그냥 싫을 때가 있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더 그렇다. 활짝 열려있던, 작은 틈새를 두고 열려있던 마찬가지다.  10센티가 주는 공포는 어린아이에게 상상을 초월한다.


불이 꺼진 방안의 어둠의 농도는 다 같지 않다. 창문 쪽은 그나마 희망적이지만 침대 밑이나 장롱 안은 더 짙은 어둠으로 덮여있다. 다시 말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덜고자 그 어둠 속을 확인하는 것은 괜찮을지 몰라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없겠지... 하는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지금은 웬만해서는 공포를 못 느끼지만 어려서는 방에서 한걸음 거리에 있는 화장실에도 잘 못 갔다. 작은 틈새로 보이는 어둠도 무서웠지만, 방문이 닫혀있을 때 문을 연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열었다고 치자. 화장실의 어둠음 또 다른 레벨이었다. 어둠 속의 거울은 공포 그 자체였으니. 거울 속 비친 내가 과연 였을까.


불을 켜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한번 켜진 불은 끌 수 없게 된다. 다시 꺼진 상태의 어둠은 더 캄캄하고, 어둠 속 어떤 존재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불을 다시 끌 수 있을 땐 이미 나는 이는 이불로 어굴까지 가리고서 눈을 질끈 김은 상태에서 누군가(여기서는 같이 살고 있는 가족 중 누군가) 대신 꺼주는 경우일 것이다.


[첫 기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뿌연 안개 때문에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다][영화 미스트처럼 안개 너머로 무언가 넘어올 것만 같다]


이미 깨어버린 정신은 새벽에 한번 깨어버린 그 상태로 날이 밝을 때까지 밤을 지새우게 된다.


날이 밝아온다.


방안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어둠이 무서웠는지 나의 방광은 터질 대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슬슬 느껴진다.


일어나 보니 닫혀있던 문.


밤새 나를 불안해했던 10센티가량의 틈새는 뭐였을까?

이것조차도 상상이었을까. 고민에 빠진다.


오늘 밤은 어떻게 버티지?



초등학교 4학년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다.




-후기-


어린 초등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니

어머니께서 어이없어하시며 말씀하시길,


네가 하두 코를 골아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어 내가 밤에 닫았다.

웬 짐승이 자고 있나 했다.


평소에 코를 잘 골지 않고 잔다고 믿어 왔지만 오늘도 코 고는 소리에 아내는 괴로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말년에 재입대를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