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Aug 11. 2023

누군가 실행에 옮길 때까지

손 씻는 습관

누군가 실행에 옮길 때까지


이야기 하나: 어느 날 대형 몰에서의 기억


아이의 얼굴을 비비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할아버지 무르팍에서 할아버지의 손길에 행복해하는 아이.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이의 엄마.


할아버지와는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


볼일을 보러 들어갔을 땐 각자의 볼일을 보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사로들 중에서 문이 열리더니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께서 나오셨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었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그대로 바깥을 향해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공중 화장실에서 그 어떤 이유로 볼일을 봤다 하면 손 씻기는 기본이라 생각되지만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생각한다. 관리인이 청소를 매일같이 한다 해도 누가 사용했을지 모를 시설들.


어릴 때부터 너무 깔끔을 떨어도 커가면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된다고 하지만,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기도 하고. 병을 옮기는 원인 중에 청결하지 못함에서 많이 퍼진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이 문구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해 달라는 의미로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 홍보 한 글귀라고 한다]


이야기 둘: 어느 날 마트에서의 기억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그날도 화장실이 급해서 마트에 들어서기 전에 화장실부터 갔다.

내 앞에는 먼저 들어온 나와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가 옆 사로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볼일이 먼저 끝난 나는 평소처럼 손을 씻으러 세면대로 향했다.

액체비누를 손에 충분히 뿌리고 비누칠을 한다.


먼저 들어온 남성은 열심히 털고서 세면대는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간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손을 말린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겠거니 한다.


화장실에서의 일을 잊은 채 마트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마주친 화장실에서의 그분.


나도 모르게 먼저 앞질러 가서 카트를 먼저 빼왔다.

잠시 넓은 공간에 서서 장보기 목록을 확인한다.


오늘은 왠지 샤인머스켓을 사고 싶었다.


과일코너로 향했다. 그리고 과일을 손으로 만져보며 유심히 싱싱한 과일을 비교하는 그분을 보게 된다.

과일코너로 향하던 나는 잠시 멈춘다.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바로 옆의 사과코너로 가서 이것저것 손으로 만져보며 자신의 행동을 다시 반복한다. 계속되는 그의 행동.


그래, 과일은 오늘 포기하자.


화장실에서의 잔상과 그의 행동이 잊히질 않았다.

집에 가서 씻어서 먹으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내 입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



결론


내가 그렇다고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다. 나도 집에만 있을 땐 그다지 깔끔을 떠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바깥에서 만큼은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깥에서 몸에 닿았거나 하는 뭐든 것들을 집으로 고스란히 가지고 오는 꼴이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한다.


코로나 이후로 더 조심하려고 한다.


바깥에서 내 손을 포함한 나의 신체 어딘가와의 접촉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내가 아닌 상대방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가 나의 청결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할 거 없이 5명 중 3~4명은 손 씻기와는 거리가 멀다.

작은 볼일이던, 큰 볼일이던 상관없다. 볼일이 끝난 그들의 손은 다시 핸드폰을 만지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을 최선을 다해 만지며 부모로서의 최선을 다한다.


볼일을 막 끝낸 아이는 손에 오물이 묻었는지 바지에 대충 슥슥 닦고 그냥 나간다. 씩씩하게 나간다. 세면대는 장식일 뿐이다. 화장실을 나선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쇼핑을 마저 즐기러 떠난다.


남자화장실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왜 세계 손 씻기의 날(매년 10월 15일)이 생겼을까.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국제연합(UN, 유엔)에서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손 씻기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30초는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잠깐이라도 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일 뿐이다. 30초가 길다 싶으면 잠깐이라도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결국엔 내가 강요할 수는 없다. 손위생이 감염병의 셀프 백신이라고 표현하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주접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코로나가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건강이 안 좋아보니 언제부턴가 바깥에서는 출입문의 손잡이 대신에 사람손이 잘 안 닿는 위쪽 부분으로 열거나 문의 가장 아랫부분을 발로 열고 가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 위해서라도 해야겠다 싶을 뿐이다. 집만 벗어나면 오버하게 된다.


청결에 대한 개념이나 중요함에 대한 생각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그래도 모두가 사용하는 시설에서는 제발 잠깐이라도 을 씻는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은 자랑하는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