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igantes Yang
Jul 21. 2023
"건강은 자랑하는 게 아니야"
아내가 나에게 늘 얘기한다. 건강은 자랑하는 게 아니라고.
내 나이 40을 이제 막 넘었다. 살면서 아직까지는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 감기에 걸려도 하루 이틀 푹 자고 나면 금방 원상태로 돌아온다.
딱 한번 정말 아팠다고 느꼈을 때가 내 나이 29. 석 달 동안 감기 몸살에 걸렸었다. 감기의 모든 증상은 다 나타났었다. 콧물, 재채기, 목감기, 몸살, 고열. 1초에 한 번씩 재채기를 할 정도였다. 약이란 약은 다 챙겨 먹어 봤지만 내성이 생겼었는지 감기란 녀석은 쉽게 떠나질 않았다. 평소에 잔병 없이 건강한 사람이 한번 아프면 크게 고생한다는 것을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이러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루가 1년 같았던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서 지금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언제 또 아픔이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늘 조심은 해야겠지.
20대 초반부터 나를 괴롭혔던 사랑니 4개를 40이 되어서야 뽑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난 특별히 건강에 대한 큰 걱정은 없는 편이다. "아파도 금방 괜찮아지겠지"... 그러려니 한다. 사실 우리 집 외가댁 어른들(남자들)은 암으로 다들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는 폐암, 큰삼촌은 대장암, 작은삼촌은 간암, 넷째 이모부는 간암. 나도 어머니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에 아내는 내 건강에 대해 늘 걱정을 한다. 병도 가족력이 있다면서 걱정한다.
반대로 친가 댁 어른들은 아버지를 포함 모두들 건강하시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아파도 병원엘 잘 안 가신다. 할아버지도 그러셨다. 할머니께서도. 나도 아버지를 닮았는지 병원에는 잘 안 가는 편이다. 어딘가 불편해도, 심지어 아파도 최대한 참는 편이다. 내 몸도 나의 이런 무식함(?)을 아는지 잘 안 아프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아내의 표정.
우리가 뭣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내는데?
그래도 인생이란 게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요즘은 아내의 말을 들으며 건강을 챙기려고 한다.
그래도 병원만큼은 여전히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