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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Jul 10. 2023

Mr. Anderson, we meet again

영화후기 아닙니다

Mr.Anderson, we meet again


매트릭스 Matrix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네오 Neo 보다 스미스 요원 Agent Smith에 더 끌리는 나.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보다 이상하게 역한테 감정이입이 잘 된다.


"Mr. Anderson, we meet again."


사실 이 대사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 내가 아내에게 성대모사를 하기위해 재미삼아 지어낸 대사다. 

원래 대사는,


"Mr. Anderson, welcome back. We missed you."


참고로 위의 대사는 3편에서 스미스 요원과 네오의 마지막 전투씬이 시작되기 전에 둘의 대화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메트릭스 | Matrix 3편: 주인공 네오와 마지막 대결을 앞둔 스미스 요원의 대사]


뭐 암튼간에

Mr. Smith 혹은 Agent Smith는 아내가 나에게 지어준 여러 별명 중 유독 마음에 드는 하나다.


사람마다 개그 코드가 있겠지만, 아내를 웃기는 일은 그 어떤 일 task 보다 쉽지 않다. 그나마 아내가 웃을땐(정확하게는 웃어줄땐) 나의 노력과 참신성이 조금이라도 묻어나올때이거나 진심 어이없 때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 어떠한 영화의 대사 조차도 나를 거쳐가면 진지함이란 1%도 찾아볼 수 없이 그냥 개그가 되어버린다. 나만의 대사를 읊을때마다 아내는 무슨 요원이 그러냐며 어이없어 한다.


아내가 이 별명을 지어준 이유는 따로있다.


나는 태생부터 몸에서 열이 많이난다. 특히 손은 365일 보온상태가 항상 유지되는 편이다. 두번의 혹한기 훈련으로 추위의 끝판왕을 맛본 뒤로 군제대 후에는 추위가 매우 싫어졌지만, 그전까지는 인간적으로 정말 춥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한겨울에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자주 다녔다.


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에어컨을 틀어놓는 요즘같이 더위가 심한 날에는 그 누구도 덥고 뜨거운건 싫기 마련이다. 내가 아내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하기 1센치 전에 손에서 뻗어 나오는 그 열기는 아내의 심기를 이미 건드리기 시작한다. 내 손과 아내의 살이 닿는 순간에는 난리가 난다.


어디서 손 지지고 왔어 스미스씨? 


여기서 말하는 스미스는 영어로 smith 혹은 blacksmith 대장장이를 뜻한다.


스미스? 괜찮은데?


난 아내가 장난을 받아쳐준줄 알고 매우 착각한다. 나는 아내에게 더 가까이 간다.


야! 뜨겁다고! 좀 떨어져 제발!


포기할 내가 아니지만, 상황파악이 덜 됐는지 그 순간에도 성대모사를 시전한다.


Mr. Anderson, we meet again!


무슨 요원 말투가 그러냐며 또다시 어이없어하는 아내. 조금만 더 하면 아내가 웃을것만 같았다. 이번엔 독일어 버젼으로 공격 들어갔다.


원하던 대사: Herr Anderson! Wir haben uns wieder getroffen! 

(사실 너무 직역했기 때문에 완전히 맞는지...알게뭐람)


실제 내 입에서 나온 발음 결과: 헤어 안도르손! 뷔어 하벤 운쓰 비더 게트로펜! 


오랜만의 독일어라 그 짧은 문장 조차도 더듬으며 몇차례 시도끝에 겨우 완성했다. 심지어 처음에는 문법도 틀려서 아내가 고쳐줬다.


어디가서 C1 땄다고 하지마...


나의 노력과 뜨거운 손난로 덕에 얻은 새로운 별명, 스미스씨. 그리고 오늘도 정말 양보하고 양보해서 마지못해 어주는 아내.




*C1: 독일어 상급자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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