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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Nov 03. 2023

초보운전으로 빙자한 난폭운전

초보운전으로 빙자한 난폭운전


분명 스티커가 붙어있다.


초. 보. 운. 전.


아니면 그다음으로 흔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뒤에서 가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절대 초보 아니고, 아이도 타고 있지 않다는 게 결론이었다. 깜빡이 신호는 갖다 팔아먹었거나, 왼손이 불편한 게 아니고서야 그렇게 험하게 운전을 할 수가 없다. 내 상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운전습관이었다. 아이가 타고 있는데 절대로 그렇게 운전할 수는 없다.


특정한 차종을 지목하고 싶진 않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차를 몰고 다닌다고 해서 그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인성이 반드시 비례하진 않듯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를 몰고 다닌다고 해서 성격도 부드러운 것 같지만은 않다.


[남산 방문 당시: 즐거운 마음은 주변의 무심한 차들로 인하여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좌측 우측 깜빡이는 옵션으로 하는 사람들. 차종을 가리지 않고 정말 많다. 우회전을 크게 돌아서 끝차로로 가지 않고 직진을 하고 있는 차량의 진행방향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해한다. 나갈 곳을 지나도 잠시만 돌아가면 되지만, 뒤에 오는 차는 무시한 채 어떻게든 꾸역꾸역 나간다. 한밤중에 가로등이 없는 구간의 고속도로에서 스텔스로 최소 150은 밟고 지나갈 때면 나조차도 긴장하게 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신호는 바뀌게 되어있고, 암만 위반해 봤자 거기서 거기인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위반을 밥먹듯이 할까 싶다.


나는 평소에도 최대한 교통법규를 지키려고 한다. 평소보다 밟아봤자 5~10분 차이고, 길 위에선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굳이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진 않는다.


고속도로 출구가 끝나기 직전에 끼려고 하는 양심불량 차량들. 어떻게든 한대라도 앞질러 가려고 칼치기하려는 차량들. 도대체가 심리가 뭘까. 그걸 또 안 껴주면 하이빔(일명 쌍라이트)은 기본에 경적도 엄청 울려댄다. 웃긴 건 운전대를 누가 잡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간다. 만만하면 뭐라도 하려고 하나보다.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은 크게 평소 운전습관을 잘못 배웠던가, 아니면 원래부터 성격이 좋지 못한 사람이거나. 배려를 강요하며 의무라고 생각하는 무식한 사람들. 상황에 따라서 양보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한다. 운전석에 누군지 꼭 확인하고 가는 사람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약자라고 생각되면 당장에라도 뭐라도 할 기세다.


[지인의 집을 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비가 오는 날에는 횡단보도 신호도 나를 온전히 지켜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약속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었거나 하면 나도 마음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럴수록 침착하게 운전하자는 생각을 더 하려고 한다. 나만 급한 게 아닌 것이 도로 위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에는 속도라도 줄이면서 안전하게 가려고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도로 상태가 어떻든 상관없이 과속을 즐기는 사람들, 난폭운전을 일삼는 사람들. 그럴 때마다 블랙박스로 증거물을 잡아내서 벌금을 먹이려 하려고 하는 노력은 굳이 하진 않는다. 그거 몇 명 신고한다고 달라졌을 도로 위 메너였다면 진작에 바뀌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도 초보였을 때가 있다. 처음 운전을 시작한 지가 20년은 훨씬 넘었기에 이제는 운전이 어렵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늘 노력한다. 지금까지 사고 한번 안 났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을 오래 했다고, 잘한다고 자랑하진 않는다.


내 경험상 초보운전 스티커가 붙어있는 차들이 오히려 법규를 잘 못 지킨다. 도로 위의 상황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법규를 대놓고 어기는 비중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평소 익숙한 도로일지라도 나도 아직까지 실수를 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가끔은 정말 힘들 때가 있다. 초보운전 스티커가 없는데 도로 위와 주변 차량들을 무시하고 위협을 가한다 싶은 경우에는 상종자체를 안 한다. 운전 잘한다고 굳이 뻐기며 티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운전이 익숙해질 때쯤 긴장을 놓는 순간 사고는 쉽게 나기 마련이다.


쟤는 150% 초보 아냐. 딱 봐도 아냐.


거짓으로 초보운전인척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기만 해도 티가 난다.


사과의 의미표시로 하는 비상등은 기대를 저버린 지도 오래다. 나 하나 제친다고 얼마나 빨리 간다고. 이젠 경적 누르는 것도 지친다. 신나는 라디오 방송을 더 즐기며 그냥 혼자서 한마디 하고 만다.  


그래, 갈 때도 제발 빨리 가라.


오늘도 어김없이 로변경 신호는 쿨하게 무시한 채 칼치기하는 차량을 향해 경고의 경적을 짧게 울리니 친히 창문을 열어서 본인의 멋진 가운데 손가락을 보이며 고속도로 출구로 빠져나간다. 나름 블랙박스에서 찍히지 않으려는 수고를 보이며 내 옆에서 속도를 맞춘다. 종이 좋다고 인성이 비례하는 건 꼭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본인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과연 인지하고 있을까?


고맙다. 덕분에 오늘도 욕 한번 더 먹고 강인해진다.



밝을 때 미등을 안 켜는 것까지는 뭐라 안 하겠지만 비 올 때나 어두울 때, 특히 가로등이 없는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스텔스로 다니는 습관을 고치면 어떨까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가끔씩 깜짝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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