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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Dec 09. 2023

행복에 대한 기준

행복에 대한 기준


꿈을 이루는 것이 곧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생각해 보면 매년 그때그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비엔나의 한 악기 박물관: 음악이 행복을 가져다줄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때에는 정말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꼈던 것 같. 일반적으로 학교 수업이 9시부터였는데 길거리가 한적한 7~8시에 학교에 도착해서 아무도 없던 교실 문을 열었을 때의 고요함이 맞이해 줄 때 행복을 느꼈던 것 다.


고등학생이 되고서 여전히 변함없이 아침에 일찍 등교하기는 했지만, 계절 상관없이 10분이라는 수업 사이사이의 쉬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농구공을 들고서 코트 위에서 짧게 3대 3을 하며 땀을 흘릴 때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면서, 첫 작품이 연주될 때, 첫 장학금을 받았을 때, 선후배들과 우정여행을 가서 밤새 술 먹고 취해 노래 부르며 추억을 만들어갈 때 가장 많은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하면서 매일 아침 함께 눈을 뜨고, 맛있는 거 있으면 함께 즐기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매일 다양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작품을 쓰면서도 행복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내와 함께 하면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며,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기대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한 감정으로 가득다.


[전주의 한 길목: 아무도 없는 조용한 길목을 걷는 것 또한 좋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함을 좋아하는 건 오늘도 여전하다.


학교에 수업이 있건 없거나 간에 빠르면 7시 반에 학교에 도착한다. 내 연구실이 있는 건물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차를 주차하고 내리면 계절 상관없이 상쾌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 준다.


비록 믹스커피지만 뜨거운 물에 타먹는 아침 커피로 시작하는 나만의 아침은 하루 루틴 중 빼놓을 수 없는 시작이다. 남들이 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하겠지만 나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부터로 항상 정해둔다. 그래서인지 아침 일찍 도착해서 누리는 짧은 30분은 하루 일과 중 최고의 시간이다. 절대로 헛되게 쓰진 않는다. 아무리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도 학교에 도착해서 8시까지의 휴식은 절대적이다.


나의 일과는 아내에게 보내는 아침 인사 문자와 함께 8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업무로 시작된다.


학생들의 연락이나 조교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수업시간에 학생들과의 시간을 통해서도, 동료 혹은 선배 교원들과의 시간에도 행복을 느낀다.


물론 일과 중간중간에 아내에게 연락을 하는 건 잊지 않는다. 행복 바이러스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늘 잊지 않고 하는 나의 루틴이다. 아내의 일과는 어떤지, 전날엔 잘 잤는지, 점심엔 무얼 먹었는지. 뻔해 보이고 매번 반복되는 질문이더라도 아내는 하나도 빼먹지 않고 전화기 너머로 자세하게 얘기해 주고 나는 아내의 일과를 하루종일 함께한 듯 함께 즐거워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어차피 잠들기 전까지 대화하다 잠들 텐데 퇴근하는 차 안에서도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아내와 통화를 이어간다. 그렇게 3~40분 길에서 통화하다 보면 어느새 집이다.


행복은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 참 와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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