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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Gigantes Yang
Aug 08. 2024
육퇴도 허락받고
함부로 원해서는 안된다
육퇴도 허락받고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이열치열만이 해결책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더위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며칠 전부터 신라면이 땡기더라. 그것도 컵라면으로.
내가 딱 즐기는 매운 정도는 신라면의 맵기
정도인 듯하다. 물론 매운 짬뽕국물을 한 숟갈 먹었을 때나 엽기떡볶이를 시켜 먹을 때도
매운맛의 매력을
나름
느끼기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무조건 신라면이어야만 했다.
며칠째 신라면을 노래하는 남편을 위해 신라면 하나를 사 온 아내는,
퇴근할 때 하나 사서 들어오는 건 어려운 거야?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생각나는 신라면. 매번 까먹는다.
날도 덥고,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곧바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면 생각나는 매운 녀석.
저녁 7시쯤 아내와 함께 이제 곧 8개월 차가 되는 딸을 목욕시키고, 로션도 발라주고
,
머리도 잘 말려주니 미인이 따로 없다.
목욕 전에 마지막 분유를 먹인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재우기만 하면 된다.
방을 어둡게 하고, 시원하게 해 둔 상태에서 아이를 침대에 눕힌다.
약간의 뒤척임이 있었지만, 금방 잠이 들은 딸.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3시간 정도 타이머 설정을 해둔 선풍기를 틀어놓고서 조용히 방문을 최대한 닫고 나오면서 아내에게,
나 이제 밥 먹을게~
콧소리가 절로 나온다.
물을 끓이고, 동시에 컵라면을 뜯어서 분말 수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영접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장모님께서 보내주신 총각김치 3덩어리를 꺼낸다. 4개를 꺼낼걸 그랬나.
면이 익어갈 때까지 식탁에 겸손히 앉아서 기다린다.
[육퇴 후 먹는 신라면]
컵라면 뚜껑을 열어보니 얼추 익어있는 면발. 그리고 한 젓가락 입으로 빨아들인다.
후루룩~ 후루룩~
총각김치 한 개를 집어서 한입 베어 먹는다.
아삭아삭 소리와 함께
신라면의 면발과 총각김치 조각이 서로 엉켜
입안에
서 맛있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이게 바로 육퇴의 행복인가 싶었다.
어느새 국물만 남은 컵라면. 신라면 국물에는 식은 밥을 말아먹어야 예의라고 했던가. 한술 떠먹으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쩝쩝대는 소리.
기쁨이 깬 거 같은데?
물을 마시러 나온 아내는 컵라면 용기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먹어대는 나에게 딸이 깼음을 알린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잠에서 깨 침대에서 뒹굴고 있던 딸.
아빠의 후루룩 소리가 컸던가...
아니면 한입 베어 먹은 총각김치 소리가 너무 아삭거렸나...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 우는 아이를 겨우 진정시키고
그렇게 깬 딸을 다시 재우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이를 재우고서 식탁 앞에 앉아 있으니
문득 영화 <강철중 - 공공의 적> 강철중의 대사가 생각나더라.
"깍두기 소리 내면 X인다"
총각김치와 라면을 소리 없이 먹기란 쉽지 않구나.
잘 자렴 우리 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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