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Jun 27. 2024

모닝커피와도 같은 육두문자

모닝커피와도 같은 육두문자


자랑은 아니지만 군대에 있을 때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하고 제대한 것 같다.

지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욕을 쓸 수 있는지 까지 생각하면서 했었다.

상대방을 위한(?) 일종의 맞춤욕 제조기였다. 오죽했으면 나하고 친했던 후임이,


와... 저렇게 까지 욕을 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자랑스럽진 않다. 오히려 후회가 더 많았던 나의 지난 언행들이었다.


암튼.


나는 평소에 아침 일찍 출근하는 걸 즐긴다. 미리 가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늦어도 학교 근처에는 정체가 이미 시작되어 5분이면 갈 거리가 30분 이상 지체되기 때문이다.


아침 1교시 수업이 있던 없던 늦어도 오전 8시면 연구실 의자에 앉게 된다.

더 빠를 땐 7시에서 7시 반 사이. 아무도 없는 학교에 도착할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좋더라.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국도를 탈 수밖에 없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 할 거 없이 아침 출근길을 즐기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 싶지만

특성상 보통 두 개의 차선으로 되어 있는 국도를 달리다 보면 별의별 차들이 있다.


출근을 위해서 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운전을 그렇게 즐기진 않는다.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도 조금 빨리 달리는 편이다.

최대한 도로를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난폭운전을 하지는 않는다.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도로 위의 규정을 지키면서 운전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 뭐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나만 지킨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는 걸 깨달은 지 오래다.

도로 위에서는 나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이 가장 와닿는다.


[2024년 6월 퇴근길: 주행 중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꿈도 못 꾸지만, 오랫동안 정체중일 때에는 놓칠 수 없는 사진 한 장]


나 혼자만 도로 위에서 규정대로 한다고 다는 아니더라.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더라.

나도 나름 속도를 내면서 달리고 있다고 생가하는데 굳이 내 뒤에까지 쫓아와 바로 앞지르려고 칼치기를 하는 차들이 자주 보인다. 얼마나 빨리 가고 싶으면 그럴까 싶다.

내 차선의 안전 유무에 따라서 먼저 가라고 속도를 늦춰주는 경우도 있지만,

내차와 앞차 간의 너무 좁아서 위험하다 싶을 땐 비켜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뒤에서 어찌나 쌍라이트를 켜면서 바짝 붙어서 오는지.

아침부터 가지가지한다고 생각이 들더라.


뒤에 바짝 붙어서 위협운전 하는 차들을 일명 '똥꼬킬러'라고 부르더라.


이 쉑히야... 그만 좀 붙어라.


굳이 나 하나 제치려고 아침부터 그 노력을 하는 뒤차. 노력이 가상하다 싶다.

어차피 결국엔 얼마가지 못해서 만날게 뻔한데 뭘 그리 아침부터 힘을 빼는지 참...


어차피 상대방도 못 들을 거, 불필요한 욕을 하지는 않는 편이긴 하지만

잠은 깨야겠고, 커피는 땡기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오늘도 소리 없는 육두문자 시원하게 날려주면서 잠을 깬다.

최소 에스프레소 3잔은 들어간 모닝커피가 따로 없다.


이래서 도로 위에서 다들 터미네이터가 되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 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