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5
저녁 9시 전후로 취침모드로 들어가는 우리 딸.
기쁨아~ 낸내하자~
낸! 내!
아빠의 부름에 우렁찬 '낸내' 소리를 내며 온 집안에 널브러진 자신의 친구들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한다.
판다인형부터 강아지 인형까지.
만댜...만댜...?
'ㅍ' 발음이 아직 안되는지 자신의 애착인형이 판다가 어디 갔냐며 찾아달라고 한다.
아이가 아빠하고 침대방에 들어갈 때는 딱 두 가지인 경우가 있다. '그날 기분이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을 때'와 '아빠가 재워주길 바랄 때'. 대부분이 그렇지만, 간혹 가다가 너무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이 않을 땐 아빠가 무슨 수를 써도 엄마가 오라며 대성통곡을 한다.
10분 전만 해도 아빠랑 잘 놀았는데...
얼마 안 가서 엄마 옆에서 대(大) 자로 뻗은 딸이었다.
알람보다도 정확한 우리 딸은 다음 날 새벽부터 깨더니
엄마 아빠를 깨우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자신만의 명확한 루틴이 있으신 따님.
우선은,
짜요 @%#&^... 쥬쩨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짜요짜요를 달라는 거다.
복숭아맛 딸기맛을 가장 좋아하는 딸.
버려... 퍼려...
정말 완벽한 딸의 발음. 가끔은 'ㅍ' 발음이 강하게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아빠더러 버리라는 줄 알았지만 본인이 버릴 테니 쓰레기통이 놓여있는 베란다로 뛰어가더니 문이나 열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고는,
#%@^₩£ 쥬쩨요...
뭔 말인가 싶지만 요구르트 달라는 소리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요구르트에 얼굴이 한층 더 환해지는 딸을 보며 아빠는 아이에게 요구르트를 건네면서,
짜잔~
쨔~댠~
아빠를 따라 하며 작은 두 손으로 요구르트를 낚아챈다.
빨대!
빨대를 빨리 꺼내서 꽂아달라는 딸.
요구르트도 받았겠다. 빨대도 꽂아져 있겠다.
아침부터 만족스러운 일정에 신이 난 딸은,
앉아! 안~~~ㅈ아!
씩씩하게 소파에 걸어가더니 그 짧은 다리로 낑낑거리며 올라가 앉아서 신나게 요구르트 통을 비운다.
기쁨아~맛있어? 냠냠냠?
아빠의 할 일은 끝났음을 알리는 딸의 무응답.
아빠 이제 가서 좀 더 자도 되는 거지?
아니야.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가서 자도 되냐고 물어보지만,
아니야.
짧고 명확한 딸의 대답.
지금은 새벽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