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디어의 미디어 9>
이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일상의 과제들을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처리하며, 이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디지털의 익숙함에 속아 아날로그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 일까. 우리는 디지털의 홍수가 덮치고 나서야 비로소 아날로그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책 '미디어의 미디어9'에서는 9개의 미디어가 나온다. 대부분 디지털 시대에 특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오히려 내 눈에 띈 건 아날로그 감성을 중시하는 미디어였다. 모노클과 북저널리즘이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모노클은 다른 챕터에서도 자주 언급됐다.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와 쿼츠의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은 가장 좋아하는 잡지로 모노클을 꼽았다. 모노클의 창립자가 공항 서점에서 이코노미스트와 GQ사이에서 고민하던 손님을 보며 모노클을 만들게 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모노클이 디지털 매체였다면 지금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와 GQ를 혼합한 '종이 잡지'라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북저널리즘 책의 매력도 비슷하다. 북저널리즘의 인쇄책은 심플한 디자인에 들고 다니기 딱 좋다. 집 안 책장에 꽂아두는 게 모노클이라면, 집 밖에서 가방에 넣어두는 건 북저널리즘이라고 해야할까.
디지털 기술은 우리를 초연결시대로 이끌었고, 그 편리함의 가치를 설명하는 건 입만 아프다. 하지만 디지털이 만능은 아닌 듯하다. 아직 대체되지 못한 아날로그의 가치가 있다. 사람과 사람의 직접 만남, 그리고 촉감의 가치를 아직 디지털 기술은 온전히 구현하지 못한다.
화상 회의 기술이 발달된 시대이지만, 특허 인용 수와 직결된 것은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말해주듯, 아직 우리는 랜선 매개보다 직접 매개할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산업의 흐름도 비슷하다. 온라인 중심이 었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 인프라를 결합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 포스타 매장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드들의 플래그쉽 매장이 속속들이 생기고, 향 브랜딩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브랜딩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경향인듯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삶의 변화에 감탄하는 편이지만, 나는 아직 종이 신문을 읽는다. 모바일 상에서 기사를 읽으면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는다. 빠르게 읽히긴 하는데, 그만큼 빠르게 머릿속에서 증발하는 느낌이 든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을 읽는 데에는 디지털이 더 빠르지만, 아날로그 매체 수준의 이해도를 디지털 매체에서 가지려면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하는 느낌이다. 북저널리즘의 이연대 대표에 따르면, 전자책이 우리나라보다 보편화된 미국에서도 전차책의 시장 점유 비율은 20%정도라고 한다. 책의 물성. 생각보다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가치는 아닌 가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속에 아직 우리의 신체가 적응하지 못한걸수도 있고, 아날로그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이 나아가야할 길이 더 남은 걸지도 모르며, 적응의 동물인 우리는 시간이 흘러 또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될수도 있다. 10년 후에 나는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신문과 책에 형광펜으로 긋는 밑줄이 좋고, 페이지를 넘길 때 종이의 촉감을 포기하지 못한다.
일단 모노클을 읽어봐야겠다. 북저널리즘의 책은 이번 체어메이트 기회를 통해 읽어볼 수 있었고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사실 이 글을 모노클을 안읽어보고 썼다는 점에서 내 이야기가 맞는지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어제 교보문고에서 보니 모노클 26,000원이던데, 돈을 좀 아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