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은 것들

영화감독 지망생.
과정 속에 놓인 그들의 이야기

책,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by 양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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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면 편해진다.

4학년 1학기도 끝이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취업 준비의 시작이다. 인생의 긴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실패도 아니겠지만, 나름 많은 실패를 앞두고 있다.

역사의 승리자는 낙관주의라는 말을 믿는다. 하지만 현실 인식에 기반한 비관주의 또한 내게 큰 힘이 된다. 어차피 잘 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면 실패에 무너지지 않는다. 아파할 정도만 아프면 그만이다. 다만 언젠간 찾아올 좋은 결과를 위해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정 속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

책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에는 영화감독 지망생 9명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는 군대에서 '데뷔의 순간'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데뷔의 순간'에는 커리어와 유명세까지 갖춘 17명 감독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때 나는 전역 날이 아득한 일등병이었는데, 박찬욱, 류승완을 비롯한 굵직한 감독들 또한 비루하고 지난한 실패의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내게 큰 위로였다.


'데뷔의 순간'을 읽던 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 힘든 과정의 한복판을 지나는 중인 감독 지망생들의 이야기는 지금의 내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궁금했다. 감독 지망생과 나의 중압감을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 역시 실패의 여정 앞에 놓여있기에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았다.


#소중한만큼 아껴두고 싶은 열정

흥미로웠던 점은 꿈을 대하는 지망생들의 태도였다. 다들 각자 마음속에 영화에 대한 굳은 의지를 품고 있었지만, 겉으로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는 사람은 소수였다. 겉으로 드러낸 열정은 결과를 바꾸지 못하고, 실패의 실망을 더 키운다는 점을 다들 체화한듯했다. 공부는 잘되가냐던 내 물음에 "에이, 그냥 노력해보는 거지 뭐"라던 주변의 고시생 친구들이 떠올랐다.

감독 지망생들은 불안정한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노력을 이어갔다. 어쩌면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 모르는 데뷔의 순간을 위해 과정에 집중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당장의 경제적 문제나, 미래의 데뷔 가능성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알차게 보냈는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했는지였다. 자신의 성장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들은 힘들어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보다 몇 배는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했을 사람들에게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해서 신기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들려주는 꿀팁

책에는 영화 지망생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때 쓰는 좋은 팁들이 담겨있었다.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은 내 입장에서 참고할 게 많았다. 지망생들은 시나리오에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소양을 쌓았다. 인문학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관련 논문을 읽어보거나, 직접 현장에 찾아가기도 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로 글을 쓸 때 그들은 자주 멍 때린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 동안, 막상 쓰는 시간보다 써내기 위해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다. 책의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멍 때릴 때 창의성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 된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글을 쓸 때, 스스로 규율을 세웠다. 마감해야 하는 납기를 정했고, 쓰는 시간을 초 시계로 재거나, 하루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글을 썼다. 그들은 체력도 중요하다며 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말이지 신경 쓸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창의적 콘텐츠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인지 새삼 다시 깨닫는 계기였다.


#그들 앞에 꽃길이 놓여있었으면..

최근에서야 학교 도서관에 북저널리즘 책이 구비되어있다는 걸 알았다. 한국 야구 전설들의 인터뷰를 다룬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를 빌려 읽었는데,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이들이 읽으면 딱 좋은 내용이었다.

앞의 책에서 언급된 한국 야구 전설들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실패에 자신을 내어주지 말고, 다시 과정에 집중해라." "걱정할 시간에 노력해라. 그리고 자신의 노력을 믿어라." 영화감독 지망생들이 보여준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슷한 태도를 가졌다면,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 건 노력과 운 일 것이다. 가명으로 언급되는 탓에 그들이 데뷔해도 나는 알 수 없겠지만, 그들의 여정 끝에 꽃길이 놓여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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