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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바쁜' 90년생이 온다

책 90년생이 온다

by 양성식

<90년생이 온다>는 90년생들의 높은 공무원시험 준비 경향을 언급하고 논의를 시작하며, 그들의 특징으로 크게 1. 간단함 2. 유머 3. 정직함을 뽑는다. 책은 이를 토대로 90년생이 소비자와 직장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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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90년생 묘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제적 불안정의 내면화가 아닐까 싶다. 내가 90년대생으로 느끼는 바는 대부분의 지인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이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평생직장이 없다는 건 사회 진출에 앞서 인정하고 있는 기본 전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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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국가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구조에 편입되기 위해 노력하거나, 민간 시장 부문에 진출하거나. 전자는 국가공인 전문직, 공무원, 공기업 직원의 방향으로 나타나고, 후자는 민간 기업에 취직 또는 창업의 방향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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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선택지 속에서 많은 이들은 전자의 선택지를 고른다. 책에서 언급되는 공시생의 증가도 이와 관련된다. 나는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내면화가 책에서 언급된 직장에서 밀레니얼의 '자기 주도성', '참여 정도 인식'과 같은 특징을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특히 후자의 사기업에서 두드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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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평생직장은 없으며, 이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다. 이는 곧 한 직장에서의 근속 연수 단축을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밀레니얼들은 직장에서 머무는 짧은 기간 내에 성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거점에서 최대한 성장을 이뤄내고 얼른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도모하는 게 합리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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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성장하지 않으면 다른 기회를 잡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시스템 또는 문화의 경직성을 감당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 밀레니얼들이 느끼는 시대는 느리더라도 다음 버스가 오는 시대가 아니다. 달려서 버스에 타지 않으면 다음 버스가 존재할 지 모르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이기에 밀레니얼들이 직장에서 더욱더 많은 참여와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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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복잡한 것이며 타인의 진실이란 얼마나 섬세한 것인지를 편리하게 망각한 채로 행하는 모든 일을 그 자체로 '폭력'이다."라고 했다. 90년생을 이해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범주로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아니라, 각각의 개인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세대의 구분은 이해의 시작이어야 하지 끝이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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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결과가 결국 '남자들은', '여자들은', '요즘 애들은' 으로 시작되는 화법에서 그저 '90년대생들은'이 추가되는 것이라면 그저 우리는 또 하나의 편견을 만들어 내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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