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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이즈해피 Jan 10. 2024

오늘따라 밉다. 내 손가락이

남기고 싶은 건 사라지고 지우고 싶은 건 오래 기억되고 

브런치 업로드를 위해 열심히 쓴 글이 사라졌다. 내용에 사진을 삽입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는데 뭘 눌렀는지 사라졌다. 설마 하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지만 역시나였다. 이내 침착하려 애썼다. 핸드폰의 오류일 거란 생각으로 이내 침착하려 노력했다. 심장이 꼬여버리는 듯한 기분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다시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 사라진 글. 다시 써볼까 했지만 불과 몇 분 전에 써 내려간 글이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이들과의 1월 1일을 기록한 내 글이 사라졌다. 나름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반성의 글 사라졌다. 새해의 다짐이었으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써 내려간 글이 사라졌다. 기억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글이란 그렇다. 생각날 때 바로 적지 않으면 기억해두리라고 애써보아도 기억이 되질 않는다. 핸드폰 메모장과  수첩 온갖 방법으로 기억을 남겨두는 수고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나의 건망증. 뒤돌아 서는 순간 모든 기억도 뒤돌아 서버리는...


아찔했다. 핸드폰의 오류이길 바라며, 설마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으로 다시 로그인하여 확인했지만 내 글은 온데간데없었다.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체 나는 누를 것일까? 딱히 실수할 만큼의 버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기고 싶은건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우고 싶은건 깊게 남아 머릿속에서 나를 가둬버린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오늘 나의 현실이다.


살다가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지울 수 있는 버튼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글은 아니다. 기록하고 싶었던 내 글이 지워지니 화가 나다 못해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여전히 기계치인 나는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바보 같아 정말. 덜렁거리는 이 성격도. 여전히 어설픈 나의 모습이... 열심히 기록을 남기고도 1초 만에  날려버리는 내 손가락이 오늘따라 밉다. 미안해. 오늘은 네가 좀 밉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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