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의 시작
여러 고민 끝에, 결국 내가 선택한 작물은 버섯이었다.
버섯은 흔하다. 귀농 작물 중에서도 제법 많은 이들이 선택했던 길이다. 그래서 처음엔 망설이기도 했다.
어딘가, 너무 익숙하고, 어쩌면 뻔해 보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왔던 귀농 선배들도 아마 비슷한 선택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이상하게도 위안이 됐다.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실패담과 성공담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는 중일지도 모른다. 버섯을 선택하기까지는 꽤 많은 탐색과 우회가 있었다. 트렌드로 따지자면, 버섯은 분명 한발 물러선 작물처럼 보였다.귀농 작물로써 유행이 지났다고들 했다.
데이터를 들여다봐도, 농업경영정보시스템이나 임산물 통계 같은 곳에 나온 수익률은 다른 고소득 작물들에 비해 눈에 띄게 높진 않았다. 물론, 그 수치들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통계라는 건 늘 수집된 범위 안에서만 진실하니까. 그렇지만, 참고는 된다.
서울 근교의 버섯 농장 몇 군데를 직접 찾아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지금 시작하시기엔…”
그런 식의 말들. 그게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관성처럼 꺼내는 조심스러운 충고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선뜻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버섯이라고 다 같은 버섯은 아니다.
표고, 양송이, 느타리, 새송이, 팽이, 목이, 노루궁뎅이, 영지, 상황... 이름만 들어도 한참이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 마침, 문경시에서 귀농인에게 표고버섯 스마트팜 한 동을 연 68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임대해주는 정책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표고버섯이 접근성이 좋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시작의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진 셈이었다. 문경은 본래 사과, 오미자, 축산 지원이 활발한 곳이다. 그보단 적지만, 표고를 포함한 임산물에 대한 정책도 존재했다. 사업계획서를 쓸 때, 또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단일 품종으로 규모화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버섯 품종을 함께 다룰 것인가. 하지만 그 결정은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우선은 표고버섯. 그걸 먼저 제대로 해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표고버섯으로 귀농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여주에 있는 산림버섯연구소의 표고버섯 재배 교육도 들었다. 관련 정보도 조금씩 모았다.
알면 알수록, 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버섯 재배 비용은 오르고 있었지만, 표고버섯 평균 가격은 거의 10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표고버섯 재배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산 표고버섯의 국내 유통도 굉장히 활발했다. 한번은 표고버섯을 경매하는 경매장에 구경 간적이 있는데 국산 보다 중국산이 더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모습을 보니, 아 표고버섯에 있어서는 국산 프리미엄이 없는건가? 라고 착각할 정도 였다.
가격 경쟁에서의 밀림, 유통 구조의 복잡함, 생산보다 더 까다로운 판매. 처음엔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 앞서 이상하게도 도전 의식 같은 게 피어올랐다. 그건 꽤 오랜만에 느끼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아마 직장 첫 출근때 느꼈던 감정일까?
어쩌면, 모든 작물에는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바로 농업의 현실일지도.
나는 지금, 그 현실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첫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