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은 역동적이다.
귀농하기 전, 나는 광화문광장이 있는 청계천의 시작 지점이 직장이였다.
그곳은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었다. 직장인, 관광객, 배달하는 사람, 광고지를 나눠주는 사람들…
종일 소란스럽고 복잡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은 소란스러움 속에 고요함이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였다.
누군가는 점심을 먹으러 가고, 누군가는 직장으로 뛰어가며, 누군가는 그냥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 하나, 타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특별히 이상한 옷을 입거나, 누가 봐도 이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안에서 사람은 쉽게 배경이 된다.
도시는 시끄럽지만, 동시에 무심하다. 그 무심함이 일종의 고요함을 만들어낸다.
시골 마을에 내려오자,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정반대였다.
아침이면 닭이 울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낮에는 풀 베는 소리나 트랙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뿐.자극이 없다. 고요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요함 속에는 끊임없는 시선이 있었다.
처음엔 우리가 귀농한 부부라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이곳에서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 된다는 걸. 누군가가 길을 지나가면, 곧바로 해석이 붙는다.
“앞집 아저씨가 과수원에 약 치러 가시는구나.”
“옆집에 누가 놀러 왔네.”
“누구 지나간다…”
조용한 시골 마을엔 시각적 자극이 적기 때문에,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의미가 생긴다. ‘이웃끼리 숟가락 수까지 안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예전엔 그 말이 과장처럼 들렸는데,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도시에 살 때는 달랐다.
대학교 때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앞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았다. 퇴근 후의 삶은 오롯이 나와 우리의 것이었고, 출근과 퇴근 사이에는 또렷한 선이 있었다.
어쩌면, 삶과 삶 사이에 방음벽이 세워져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경계가 없다.
출근도 퇴근도 모호하고, 이웃과는 마당에서 스치듯 만나 인사를 나눈다. 가끔은 그렇게 30분 넘게 대화를 나누게 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버거웠다. 대화라고 해도 대단한 이야기는 없다.
“어디서 왔나?”, “여기 살려고 왔나?” 같은 질문들, 그러고선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식들이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우리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는 가끔 고개를 끄덕 호응해줄 뿐이였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이건 일종의 환영일지도 모른다. 고작 1년 남짓 살다 갈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그래도 이웃이라 불러주는 나름의 제스쳐다.
시골은 고요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안에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삶이 숨어 있다.
시골은, 고요하지만 역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