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삶의 수많은 순간들

[나를 지켜낸다는 것] 책을 읽고 쓰는 이야기

by 자청비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안정을 취하고 진지하게 자아를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인격에 무슨 결함이 있는지, 자신의 선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혁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p72-73 [나를 지켜낸다는 것]


나는 자아 성찰을 잘하는 사람이다.

물론, 너무 깊이 파고들다 보면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성찰은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결함을 발견하게 하며,

조금씩 더 안정적인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힘이 된다.


‘자아성찰을 해야지’ 하고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늘,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해 왔다.



학창 시절, 나는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방황했다.

그 시기는 나에게 ‘진짜 혼자’였던 시간이었다.

외롭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날도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혼자인 것 같았던 그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결혼은 나에게 구원이자 새로운 출발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행복했다.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나를 감싸주었고,

그 따뜻한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학벌이나 배경을 보지 않았다.

경제력도, 외적인 조건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간절히 바랐던 건 단 하나, 안정감이었다.

오랜 외로움 끝에 내가 찾은 가장 값진 순간이었다.


결혼 12년 차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며 하루를 살아간다.




둘째를 임신한 지 6개월 차,

내가 가장 사랑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돌이 막 지난 첫째를 안고,

볼록한 배를 움켜쥔 채 영상통화 속에서

엄마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러지 마…”만 반복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는 결국, 나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그 슬픔은 고스란히 내게 남았고,

나는 둘째를 낳은 후 우울증에 빠졌다.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무거운 감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뎠다.




4년 전 이맘때, 나는 생애 첫 번역료를 받았다.

번역한 결과물에 대해 받은 작은 결제였지만

그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증거였다.

아직도 그때의 설렘이 가슴에 남아 있다.




3년 전, 추운 가을.

우리 빌라 아래 필로티 구조 안에 있던 박스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을 덮었고,

나는 긴박하게 탈출했다.


다행히 빌라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치지 않았고,

내 차는 뼈대만 남았지만

그 순간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

세상이 감사로 가득 차 있었다.




내 삶에는

누군가에게는 크고, 또 누군가에게는 작을 수 있는

그런 수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때론 크고 때론 작다.


하지만 그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오늘의 이야기들은 또 내일의 나를 만들어갈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그리고, 조금은 기대된다.



‘내가 겪은 이 모든 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도, 유연하게도 만들었다.

지금의 나도 괜찮고,

앞으로의 나도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