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사소한 감사가 오늘을 살아갈 이유가 되길

죽음과 삶 앞에서 발견한 일상 속 사소한 감사

by 자청비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를 읽다 보면, 책 앞부분에 남편이 추위를 잘 타는 아픈 아내를 위해 침대를 따뜻하게 해주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SNS에서 종종 보던 감동적인 글의 출처가 이 책이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괜히 반가웠다.

사실 ‘죽음’과 ‘암’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나 두려운 말이다. 그 말들을 볼 때면 사랑하던 할머니가 떠오르고, 숨이 막힐 듯한 공포와 무력감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나는 그 단어들을 마주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다.

책의 첫 장부터 펼쳤을 때, 내 예상은 그리 틀리지 않았다. 삶과 죽음이라는 내용이라 두려움이 앞섰지만, 읽는 내내 울음이 멈추지 않았고, 어떤 순간에는 책을 덮고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읽어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완독 했다.


책 속 남편 이야기를 보며, 나도 우리 집 남편을 떠올렸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은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청소하기 귀찮아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나와 딸아이의 위생을 생각해서였다.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꾼 그의 모습에 고마움이 밀려왔다.

작은 배려 속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유방암에 걸린 아내이자 엄마, 중국인 위지안 씨가 생전에 남긴 블로그 글을 엮은 것이다.

나는 심각한 병을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병에 걸린 듯 힘겨운 시절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 무게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억지로 하루를 살아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

막막하고 벼랑 끝에 서 있는 것도 아닌, 간신히 매달려있는 기분이지만, 예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살고 싶다.

어떻게든 이 고비를 버텨내고, 내 삶에서 가장 길고 어두운 이 터널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사소한 것에서부터 감사함이 솟아난다.

남편의 작은 습관 변화 하나도, 힘든 날들을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버티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감사의 이유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시간도,

내가 악착같이 버텨내는 지금 이 순간도,

비가 오는 날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날이 맑은 날에 뛸 수 있는 체력이 허락된 것도,

아무리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밥이 들어갈 수 있게 배가 고파지는 것도,

노을이 지는 순간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는 것도,

아침에 무사히 눈을 떠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도,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나는 믿는다.

이 사소한 감사가 쌓여 내 일상이 되고, 언젠가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나를 지탱해 줄 단단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 감사가,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된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하루에도, 사소한 감사가 오늘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