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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러너 Dec 17. 2024

누구나 자기만의 계단이 있다

(나는 지금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일의 계단'을 올랐다.

가까스로 기안을 올리고 퇴근한 늦은 금요일밤. 수면 부족으로 잠이 쏟아진다. 출간 원고도 비상이다. 주말까지 수정 원고를 출판사에 드리기로 했다. 일에 치여 원고를 고치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진다.

나를 책 쓰기로 이끄신 앨작가님께 추천사를 부탁드렸다. 10권이 넘는 책과 따뜻한 글로 세상을 밝히며, 수많은 강연과 일을 해내시는 분. 바쁘셔서 부탁드리기 죄송했지만, 내 첫 책을 여는 글은 선생님이어야 했다.

김애리 작가님. 책 쓰기 멘토이자 내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신 분. 러닝 선생님이신 연진코치님만큼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정신없이 일하던 어느 날, 선생님의 추천사를 받았다.

금세 글에 빠져들었다. 어쩌면 이런 편안한 단어들로 진심을 담을 수 있을까. 두 장의 글이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에 가슴이 촉촉해졌다. 내 원고를 읽어주신 감사함과 더불어 지난 4년간 달리며 쓰던 시간을 글로 안아주며 토닥이는 느낌이 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에서 깊은 응원을 느꼈다.

연초부터 책을 쓴다고 머리를 싸매던 시간들. 무더운 여름에 스터디카페에서, 버스에서, 퇴근길 도서관에서 틈틈이 원고를 쓰고 퇴고하던 시간들. 눈이 따갑고 아파서 텍스트를 읽어주는 어플로 내 초고를 들으며 글을 다듬던 시간들. 더 이상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애쓰고 애쓰던 나날들.

첫 책을 쓰며 배운다. 글은 손이 아닌 가슴으로 써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뜨거운 애정을 담아 수없이 퇴고하는 시간. 끝없이 펼쳐진 '글의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는 시시포스의 '글 다듬기'.

내가 전업 작가도 아닌데... 하다가도, 그래도 첫 책인데 제대로 써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살린 달리기에 대한 헌사이고 존경이니, 힘을 내어 다시 펜을 들었다.

토요일에 '몸의 계단'을 올랐다. 모처럼 계단을 뛰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땐 술을 마시듯, 내겐 러닝클래스가 한 잔의 술이고 숨 쉴 틈이다. 밝은 아침에 더 밝은 러너들과 함께 계단을 오른다. 코치님도, 매니저님도, 사람들과 뛰는 게 정말 즐겁다.

행복하게 훈련을 마치고 집에서 노트북을 챙겨 나왔다. 스터디카페에서 8시간권을 끊었다. 눈이 따갑고 졸리다. 원고를 다시 보는 게 버겁다. 이제 그만하고 내려놓을까? 업무로 쌓인 피로도 풀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앨작가님의 추천사가 떠올랐다.
선물 같은 그 글을 다시 열었다. 한참 읽다가 글의 끝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달리기라는 행위가 가진 철학 같은 의미를 맛보게 된 것’. 모두 승우님의 글이 제 안과 밖에서 일으킨 놀라운 변화거든요. 그는 ‘살기 위해 달렸다’고 고백하지만 그의 솔직한 고백은 많은 이들을 진정으로 살릴 것 같습니다."

사실이었다. 이 책은 달리면서 나를 다시 살린 이야기였다. 달리기가 나를 살렸고, 이 책이 나와 같았던 이들을 진정으로 살리기를 바라며 써 내려갔다. 4년의 달리기를 통해 송두리째 바뀐 삶을 글에 담았다.

눈이 아프고 힘들어서, 이제 원고를 그만 고치려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나를 위해 멀리서 펜을 들어 진심으로 축복해 주신 선생님의 추천사가 지친 나에게 다시 일어나라고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그 손을 꼭 붙잡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노트북 원고를 다시 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퇴고시간, 책의 맨 앞에서 나를 반겨줄 앨작가님의 추천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남은 힘을 다 쏟아내기로 했다.

감사하고 벅찼다. 이런 멋진 분들이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다는 걸,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그들의 따뜻한 시선과 애정 어린 격려에 가슴이 뭉클했다. 코치님과 매니저님, 그리고 소중한 당신들.

누구나 자기만의 계단이 있다.

오늘도 일의 계단, 글의 계단, 몸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을 당신에게, 이 책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P.S 이젠 첫 책도 얼마 후면 곧 완주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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