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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Mar 20. 2020

중화반점

코카콜라를 코카콜라라 부르지 못하는 중국의 사정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은 보통 잉위(英语 : 영어)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아니.. 일상에서 잉위(英语 : 영어)가 거의 생활화 되어 있지 않다. 그들의 생활 속에 잉위(英语 : 영어)는 없다.

그러니까.. 우리로 따진다면 생활 속에 '세븐일레븐'도, '스타벅스'도 '이마트'라는 말도 없는 셈이다.

대신 이들을 대신할 '치스이(七十一 : 세븐일레븐)' '싱빠커(星巴克 : 스타벅스)' '이마이더(易买得 : 이마트)'가 존재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잉위(英语 : 영어)로 된 모든 것을 무조건 '한위(汉语 : 중국어)'로 바꾸어 버린다는 이야기! 

예외? 거의 본적이 없다. 이건 쭝궈(中国 : 중국)에서는 무조건 무조건이다~ 

한위(汉语 : 중국어)가 발음할 수 있는 대로.. 미련 없이 잉위(英语 : 영어) 이름을 날려버리고 대신 가장 비슷한 한위(汉语 : 중국어)를 과감하게 매치시킨다.



짜지(炸鸡 :치킨)의 대명사인... 너무나 친근한 그 이름 'KFC'를 예로 들어보자.

KFC! 

잉위(英语 : 영어)로 이름 지어진 인기 닭집을 이야기할 때 우리 모두는 한위(韩语 : 한국어)를 써서 케이, 에프, 씨.. 라고도 하고,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한궈(韩国 : 한국)에서는 "케이에프씨에 치킨 먹으러 가자! "라고 이야기를 하겠지.


그런데, 쭝궈(中国 : 중국)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케이에프씨? 켄터키?

아니 아니 아니오...

컨(肯)!더()!지()! 

컨더지! 우리나라의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긍덕기(肯德基)'

컨더지? 

KFC와 1도 매칭이 되지 않는 매우 이해할 수 없는 이름(발음)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걸 광동어로 발음할 경우 '항닥께이'가 되어 조금 비슷하게(?) 들리기는 한다.

켄터키.. 항닥께이.. 항닥께이 프라이드 치킨~ (또 오세요...)

사실, 역사가 오래된 외국 브랜드의 경우, 개방이 빨리 이루어진 광동 지역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기에, 이름 또한 표준어가 아닌 광동어로 지어진 것이 많았는데... 

그래서, KFC와 맥도날드 또한 원래는 항딱께이(KFC), 막똥로우(맥도날드)로 불렸다가, 본토로 넘어오며, 발음이 표준어로 바뀌어 컨더지, 마이땅라오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혹시 지금.. 

'에이..  다른 곳도 아니고 그 KFC 인데.. 설마 진짜로 못 알아듣겠어?'

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참고하시라고 나의 경험을 잠시 알려드리고자 한다.


내가 처음 쭝궈(中国 : 중국)에 갔을 때, 어찌어찌 알게 된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 친구와 북경의 한 KFC에서 약속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한위(韩语 : 한국어)를 조금도 몰랐기 때문에 그 친구와 짧은 영어로 대화를 했었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한위(汉语 : 중국어)라고는 “짜이날~?(在哪儿?: 어디입니까?)” 정도였다.

그러니까.. 혼자서 KFC를 찾아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중알못(중국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의 짧은 생각으로 “어디에요?”란 말을 아니까, 여기에 필요한 장소만 붙이면 될 것이다라고 단순히 판단해 버린 것이다.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으니..

길가는 행인을 붙잡고 “케이에프씨 짜이날?(케이에프씨가 어디에 있나요?)”, “케이에프씨 짜이날?(케이에프씨가 어디에 있나요?)아무리 물어 보아도 전혀 통하지가 않는 것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언제나 “션머?(什么? : 뭐?)”였다.

물론 나 또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당시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말 끝마다 연신 “션머?” 를 남발하며 의아해하던 그들의 표정은 아직도 이 마음에 남아있...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은 외래어를 발음과 비슷한 한자로 대체해 쓴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던 외국인의 흔한 실수.. ! 

즉 ‘케이에프씨’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잉위(英语 : 영어)를 잘 하는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이 아닌 이상은 알아듣지 못하고, 반드시 ‘컨드어지(肯德基 : KFC)’라고 발음해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결국 30분 넘게 길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그 친구가 찾아와서 '국제 미아'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KFC와 마찬가지로 쭝궈(中国 : 중국)에 진출한 모든 외국계 브랜드는 중국식으로 작명을 한다.

(광동어 발음이야 어찌 되었건)맥도널드는 마이땅라오(麦当劳 : 맥당로), 스타벅스는 싱빠커(星巴克 : 성파극) 등으로 말이다. 

하긴.. 일본의 경우에도 KFC를 줄여서 켄타(ケンタ)라고 하거나... 스타벅스는 '스타바(スタバ)'라고 하고..

그래도 일본은 조금 비슷(?)하기라도...(사실 뜻 안통하기는 거기서 거기...)


일반적으로 중국식으로 이름을 지을 때는 보통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게 되는데,


➊ 비슷한 발음에 따라 : Mcdonald : 마이땅라오(麦当劳)

➋ 뜻에 맞춰 : 그룹 Queen : 황허우위에뚜이(皇后乐队 : 황후악대 – 그룹 ‘황후’)

➌ 뜻과 발음을 더해 : StarBucks : 싱빠크어(星巴克), 星(Star의 뜻) + 巴克(Bucks의 발음인 ‘빠크어’)


이렇듯 기발하고 희한한 이름이 많지만, 그중 으뜸인 것은 단연 코카콜라가 아닌가 싶다.

1920년대, 코카콜라가 쭝궈(中国 : 중국)에 처음으로 진출했을 때에는, 지금의 이름이 아니라 ‘커커컨라'라는 어딘가 생소하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발음의 이름이었는데...

꽤 잘 지은 이름 같지만.. 문제는 이를 구성하는 '한자'에 있었다. 

글자마다 뜻이 있는 한위(汉语 : 중국어)의 특징대로 이를 풀어보면,

커커컨라(蝌蝌肯蜡) : 과과긍랍 : 올챙이가 양초를 씹어 먹는다.

라는 뜻으로, 생뚱맞기가 안드로메다급인지라... 

만약 내가 그 시절에 살았던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이었다면, 

오히려 거무튀튀한 콜라의 외관과 은근히 잘 어울려 '아.. 이건 양초를 먹여 키운 시커먼 올챙이로 만든 그 어떤 음료이겠구나.. 보양 음료인가?' 라는 생각을 할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건 코카콜라사의 빅 픽쳐였을지도.. 코카콜라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


생각해 보자!

어느 무더운 여름날... 목이 마른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인 나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무언가 시원한 음료를 사서 마시고 싶다! 그래서 룰루랄라 편의점으로 달려 가보니.. 차가운 물방울을 흘리며 를 유혹하는 검은색 음료...

'덥지? 덥다면 날 먹으렴? 난.. 커커컨라 란다!'

그럼 이게 단순히 “커커컨라”라는 발음으로만 들리지 않을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인 나의 입장에서는,


 : “아 덥다! 아저씨 여기 시원~한 올챙이가 양초를 씹어 먹다, 한 개만 주세요!”

아저씨 : "네! 여기 올챙이 하나 대령이요~~!"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코카콜라는 쭝궈(中国 : 중국)에서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는데..

* 그 이름으로 성공했다면 오히려 더 신화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시간은 흘러 1933년경, 코카콜라사는 런던에서 다시 한위(汉语 : 중국어) 이름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고 재도전을 한다. (그래.. 천하의 코카콜라인데...)

그때 이 광고에 당선된 사람은, 바로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인 ‘짱이’라는 젊은이! 

이 녀석으로 말하자면 원래 고향인 지우지앙(九江 : 구강) 현에서 ‘미쳤다’란 소리를 듣고 살던 관료였다고 한다(미쳤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였을까? 짱이는 관직을 버리고 1933년에 잉궈(英国 :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유학 생활 중 우연히 접한 코카콜라사의 한위(汉语 : 중국어) 이름 모집 광고에 ‘커커우크얼러(可口可乐 : 가구가락)’라는 아주 기가 막힌 이름을 보냈다. 코카콜라사는 이를 보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이름이로군!'하고 기뻐했고, 사례로 짱이에게 6파운드의 돈을 지불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14억 쭝궈런(中国人 : 중국인)의 뇌리에 '시원함과 청량함'으로 각인되어 있는 커커우크얼러(可口可乐)란 이름의 탄생비화!

 

그렇게 생각하면 꽤나 별것 아닌 이름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너님 6파운드짜리 이름!)

사실 이 ‘커커우크얼러(可口可乐)’는 무척 어마무시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발음이 “커커우크얼러”로 코카콜라란 발음과 닮았을 뿐 아니라 비슷한 발음이 세 번 반복되어 매우 재미있기까지 하며(1커 2커우 3크어). 

심지어 그 뜻이 아주 기가 막히는데...

可口 (커커우) : 맛있다. 입에 맞는다 + 可乐 (크얼러) : 즐길 만하다! 

정말 대단한 이름이지 않은가? “맛있어서 즐길 만하다!”라니!

이만하면 가히 외국어의 중국식 이름 중 최고봉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듯, 한위(汉语 : 중국어) 이름은 매우 신경써서 잘 지어야 쭝궈(中国 :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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