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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Oct 17. 2023

28화. 조선 신라면의 탄생

조선 분식집3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내 환이 부엌에서 반상을 들고 나왔다.


"자 형님! 이것이 바로 형님을 위한 조선 최초의 라면과 김밥입니다."


"오오오! 그렇군! 그래, 그래!"


환의 말에 크게 기뻐하는 승환!


"라... 면? 김... 밥?"


하지만 연아는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들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심지어 그 모양 또한 김치볶음밥이나 계란이불밥과는 전혀 다른 생소함 그 자체...


'빨간 국물? 동그랗고 까만 저건 뭐야? 저게 김밥?' 

'이걸... 만들겠다고 밀가루와 김을 사들인 거였어?'


하지만, 어린 진아는 묘하게 생긴 이 음식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우와아! 사부, 이게 대체 뭐예요?"


"아! 하하하! 진아야! 이건 어쩌면 앞으로 우리 분식집에서 가장 많이 팔릴지도 모를 <라면>과 <김밥>이라는 음식이야!"


"라면과 김밥...?"


"그래, 라면하고 김밥!"


"둘 다 처음 보는 음식들이지만, 분명 사부가 만들었으니까 엄청 엄청 맛있겠지?"


"그럼~! 당연하지! 하하하하... 금방 너와 연아언니 것도 내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진아야!"


"응!"


"어흠... 흠흠... 이... 이보게들... 대화는 나중에 하고... 내 우선 먹어봐도 되겠나? 이, 냄새를 맡으니 자꾸 침이 넘어가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 허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을 앞에 두고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승환이 말을 꺼냈다.


"아이고 형님! 어서 드세요! 오래 두면 면이 불어요... 박주모와 진아의 것도 따로 준비했으니, 마음 편하게 드세요!"


"그럼,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맛을 보겠네! 이... 어찌 먹으면 되나?"


"네 형님~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긴 하지만, 제 경우 라면은 당연히 면부터 먼저 먹는 주의라서... 하하하..."


"그래? 내 그럼 자네의 취향대로 먹어보겠네!"


"네 형님. 그럼 면을 먼저 맛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뜨겁겠지만, 라면은 무조건 뜨거울 때 드셔야 맛있으니, 후후 불어서 원하는 만큼 가득 입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라면은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고 그런 건 없습니다. 면이 불어버리거든요... 물론 불은 면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요. 하하하!"


"허허... 그래, 그래! 이... 국물이 참으로 빨갛구먼? 고춧가루를 넣은 거지?"


"네! 제가 좋아하는 <신라면>의 맛을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조금... 매울 수도 있겠네요."


"신. 라. 면?"


"네! 매울 신(辛) 자를 써서 신라면입니다."


"그렇구먼! 맵단 말이지? 나야 매운맛을 워낙 좋아하니, 더욱더 기대가 되는군! 내 그럼 자네가 말한 대로 한번 먹어보겠네..."


- 후~ 후~ -


승환은 환의 말대로 꼬불꼬불한 면을 젓가락으로 가득 집어든 뒤, '후후'하고 두 번 불어 식힌 후 입으로 가져갔다.


- 후루룩 -


- 짭짭 짭짭 -


"마... 맛있구나!"


"면이 꼬불꼬불한 것이 조금 신기하다 싶었는데... 어찌 이리도 쫄깃하면서 씹는 맛이 좋단 말인가?"


"그렇습니까?"


"그렇네! 게다가, 면이 가늘고 꼬불꼬불해서 그런지 국물이 면과 함께 잘 딸려 들어와서 정말 맛있구먼! 그전에, 면 자체에 국물이 잘 스며들어 있는 듯도 하고..."

"면이 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상당하네!"


"형님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이 사람아 그걸 말이라고... 자네가 만든 음식인데, 당연히 맛이 좋지! 그럼... 내 이번에는 국물을 한번 먹어보겠네!"


승환은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번 떠먹어 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이내 숟가락을 놓고 아예 그릇 자체를 들어 국물을 들이마셨다.


- 후~ 후~ -


- 후룩 후룩 후룩 -


"크~~~ 아~~~"

"칼칼하면서 시원~~하구나!"

"이 국물의 맛은 어찌 이리도 좋은 건가? 정말 대단하네!"


"그러십니까?"


- 후루룩 후루룩 -


- 우물 우물 -


"그것이... 우물... 육고기의 맛도 나면서... 우물우물..."


"후루룩... 우물... 뭔가 알 수 없는 맛들이 잘 섞여있는데... 우물..."


그렇게나 궁금했던 라면의 맛에 취한 승환은 자신이 양반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입에 가득 라면을 넣고 부지런히 씹어가며 말을 했다.


"아무튼 끝내주는 맛이네! 왜 아버님이 약주를 자신 후면 꼭 라면을 찾았는지, 내 이제야 알 것 같네! 하하하..."


승환의 부지런한 젓가락질에 뚝배기 가득하던 면은 어느새 모두 사라지고, 국물만 조금 남게 되었다.


"이... 이런... 벌써 다 먹었나? 양이 꽤 됐던 것 같았는데... 허허..."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 라면에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승환.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환이 승환에게 말을 건넨다.


"형님! 그럼 이번에는 김밥을 드셔보세요!"


"오오! 그렇지! 내 라면에 너무 빠져서 깜빡 잊고 있었구먼! 김밥이 있었지?"


승환은 뚝배기를 옆으로 치우고, 대신 김밥이 놓인 접시를 자신의 앞으로 놓았다.


"이것이 김밥이구만... 까맣고, 하얗고... 빨갛고... 참으로 아름다운 음식이 아닐까 싶네!"


"우선 드셔보시지요!"


"그래, 그래..."


승환은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김밥을 하나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 우물우물 -


"맛있네! 맛있어! 기가 막히네!"


승환은 정말 맛있었는지, '맛있다'라는 말을 연달아 외쳤다.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김밥'이라는 음식의 맛에 완전히 빠져버린 승환. 

그는 쉼 없이 젓가락질을 하며 부지런히 김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아니... 이건 뭐가 이렇게... 우물우물... 맛이 좋은 건가?"


김밥의 맛에 대한 승환의 질문에 환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김밥이라는 음식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입니다."


"우물우물... 그런가?"


"네 형님! 맛있는 것만 담았거든요... 하하하!"


"우물우물... 이건... 우물우물... 어떻게 만든 건가?"


"네, 형님! 김 위에 들기름과 소금으로 양념한 밥을 깔고, 그 위에 양념한 돼지고기와 계란부침, 당근, 시금치... 그리고 무장아찌를 넣어 동그랗게 말아 만들었습니다."


"그것 참... 우물우물... 다양한 재료를 썼구먼!"


어느새 김밥 한 줄을 다 비운 승환은 마지막 김밥 한 개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형님!"


"왜 그러나 아우님?"


"그 마지막 김밥은 뚝배기에 남은 라면 국물에 찍어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그래? 그런 식으로도 먹는 건가?"


"네, 형님! 김밥을 라면 국물에 찍어 먹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확실히 그렇겠군! 이렇게 맛있는 김밥에... 그 맛있는 국물을 찍는다면... 그건 정말 맛이 없을 수가 없겠구먼! 내 한번 그리 먹어보겠네!"


승환은 환의 말대로 마지막 김밥을 남은 라면 국물에 찍어서 먹었다.


"과연! 정말 맛이 좋구먼!"


"하하하! 형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라면과 김밥을 이리 함께 먹는다면, 맛도 맛이지만, 배도 든든하여 참으로 좋을 것 같네. 나도 지금 배가 엄청나게 부르네..."


"원래 라면과 김밥은 찰떡궁합입니다."


"사부, 사부, 사부!"


이때, 진아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투정 부리듯 말을 꺼냈다.


"오 그래 진아야!"


"사부... 우리는 언제 먹어요?"


"미안 미안! 사부가 깜빡했다. 잠시만 기다려줘! 사부가 얼른 가서 가져다줄 테니까!"


"응!"


환은 정훈과 함께 서둘러 부엌으로 돌아가, 진아와 연아의 라면과 김밥을 재빠르게 만들어 내왔다.


"우와!"


각자의 음식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두 사람.


"김밥도 넉넉히 만들어 왔으니, 형님도 좀 더 드시지요!"


"내, 이 배는 부르지만... 김밥이라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구먼! 허허허..."


"네! 많이 드십시오 형님!"


"그나저나, 이 라면은 어찌 만든 건가? 이렇게 가는 면도 그렇고... 식감도 예사롭지 않던데...?"


승환은 환이 다시 내온 김밥을 집어 들다가, 라면의 조리법이 궁금해진 듯 물었다.


"사실,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시간도 노력도 엄청나게 들어갔거든요."


"그랬을 것 같네. 이건 그런 정성이 들어간 음식으로 보이네."


"네. 국물은 닭고기를 기본으로, 파, 양파, 마늘, 버섯, 당근, 고추 등으로 만들었고, 매운맛을 더하기 위해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물이 끓을 때 계란을 풀어 넣어 맛을 끌어올렸고요!"


"그랬군?"


"네. 국물은 어제 미리 만들어서 준비해 놓았고요... 면은..."

"밀가루를 정말 차지게 반죽해서, 그걸 잘게 자른 뒤, 끓는 물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에 한번 쪄내고..."

"거기에 들기름을 넣고 손으로 여러 번 섞은 뒤, 틀에 넣어 동백기름으로 튀겼습니다."


승환은 환의 라면 제조법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것 참 놀랍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들었구먼? 이건... 자네가 어찌 생각하든 간에, 비싸게 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러자 환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승환에게 답했다.


"형님! 그런 거라면 조금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미래... 흠흠... 그러니까 제가 있던 곳에서는 라면이란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음식 중 하나였거든요! 미리 준비만 잘하면 보관도 쉽고, 또 만들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간편하다...? 난 통... 자네의 말을 모르겠네만..."


"국물은 가루로 만들어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 덜어서 쓰면 되고, 면 또한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미리 많은 양을 만들어 둘 수가 있습니다."


"그... 게 가능한가?"


"그럼요! 저 김환입니다 형님!"


"하하하하하하... 맞네! 자넨 김환이고... 난 이승환이지! 하하하하하하..."


또다시 시작된 두 사람의 낯간지러운 덕담이야 어쨌건 간에, 연아를 비롯한 분식집 식구들은 난생처음 맛보는 신기한 음식에 푹 빠져있었다.


"누님, 너무 맛있어!"


"그러니까 말이다... 많이 먹어 둘 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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