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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Oct 17. 2023

29화. 그렇게 라면은 임금님의 수라상 음식이 되었다!

조선 분식집3

"이보게 환이! 그나저나... 어째서 이름이 <라면>인 건가? 내 그건 아버님에게도 듣지를 못해서..."


"네 형님, 그게..."


"라면은 원래 끌 랍(拉)에 국수 면(麵) 자를 쓴, 랍면(拉麵)이란 청국의 음식이 왜국으로 넘어가서 발전한 건데요... 랍면이 청국말로는 라미엔(拉麵)이라고 합니다."


"호... 그렇군?"


"이게 왜국에서 청국말의 발음을 따라 라멘(ラーメン)이 되었고... 이것이 조선으로 오면서 라면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청국 음식의 이름인 <라미엔>에서 유래가 된 이름인 거죠."


"끌 랍(拉)에 국수 면(麵)이라... 그럼, 조선에서는 라면이 아닌 <랍면>으로 불러야 되는 건가...?"


"글쎄요..."


"아니야... 랍면은 영 맛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 역시 <라면>이 뭔가 입에도 잘 붙고 듣기에도 좋단 말이지..."

"하지만, 그 이름의 유래가 좀 복잡한 듯하고... 또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애매할 수 있겠군!"

"실제로, 청국이나 왜국과 교역을 하는 나조차도 처음 듣는 전혀 생소한 음식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라면이 조선으로 넘어오는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거든요!"


"그래? 흠... 그렇단 말이지..."


환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승환은, 이내 해답을 찾았는지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세! 이번에도 내가 이름을 이 조선에 맞게 아주 그럴~듯하게 지어주겠네."


"<개찹>처럼 말인가요?"


"그렇지! 개찹! 하하하!"

"<라>라고 소리 나는 한자 중에 질그릇을 뜻하는 라(㽋) 자가 있네."


"질... 그릇이요?"


"그래, 질그릇!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자네의 분식집에서는 라면을 뚝배기에 담아서 내오지 않나?"

"뚝배기는 곧 질그릇이니... 질그릇에 담아 먹는 면이라는 뜻에서 <라면 - 㽋麵>이 어떻겠나?


"오! 좋습니다."


"아니면 말이야... 자네가 라면을 만들 때 마치 임금님 수라상을 준비하듯 많은 정성을 쏟아서 만들지 않았나?"

"그러니... 수라 라(剌) 자를 써서 라면(剌麵)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


"좋습니다. 형님!"


"두 가지 뜻을 다 담은 것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이 사람아! 나 이승환이네!"


"네, 승환형님! 하하하하!"


이날도 역시 두 남자의 훈훈한 덕담과 호탕한 웃음이 광활한 조선의 밤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


며칠뒤... 

선주가 있는 연화각에선 그녀를 찾아온 장성대군으로 인해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미야! 선미야!"


"예, 선비님"


"내 어제도 너를 보고, 오늘도 너를 보았다만... 넌 어찌 이리도 볼 수록 예뻐지는 것이냐?"


"짓궂으십니다, 선비님!"


"아니다. 내, 농이 아니라 참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믿어도 좋다."


"아이참 선비님도..."


"그나저나 선미야. 너 혹시 그거 아느냐?"


"예, 선비님.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요전에 말이다... 구길이 녀석이 하도 맛있다고 해서 주막집을 갔지 뭐냐?"


"주막집을요? 그러셨군요?"


"그래! 그것도 줄까지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는 것 아니겠냐! 이 내가 말이지!"


"아니... 한양에 줄을 서서 먹는 주막집이 있습니까?"


"그게... 나도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가 없었는데... 아 글쎄 떡 하니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 주막집은 어떠셨습니까?"


"만약, 맛이 없으면 이 구길이란 녀석을 크게 혼내줄 심산이었는데..."


"그런데요...?"


"그게... 너무 맛이 있어서 그만, 오히려 그 녀석을 칭찬해 줬지 뭐냐? 하하하하!"


"그러셨습니까? 저도 궁금합니다. 대체 그 주막집의 어떤 음식이 그리 마음에 드셨는지요?"


"그러니까... 가만있어보자... 그게, 아주 별난 이름이었는데..."

"노란색의 계란을 덮은 밥이었는데... 흠..."

"그렇지! 생각났다! 계란... 이불밥이었다. 계란이불밥!"


"계란... 이불밥이요?"


"그래! 하하하! 네가 듣기에도 아주 요상한 이름이 아니냐? 그런데 이게 맛이 좀 좋아야 말이지... 내가 한 번 먹고 아주 반해버렸다."


"그렇습니까? 선비님의 말씀대로 정말 재미있는 이름의 음식이네요. 저도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듯합니다..."


"하하하! 그렇구나! 내, 그럴 줄 알았다."


순간 '계란이불밥'이라는 이름과 장성대군의 설명에서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낀 선주.

그녀는 그 주막집에 대해 장성대군에게 좀 더 캐물어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선비님! 그건 어떻게 생긴 음식이었습니까?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게 말이다... 나도 난생처음 먹어보는 <밥>이었는데... 볶음밥...?이라고 했나? 그걸 노란 계란이불로 싸서 그 위에 <남만시 개찹>이라고 하는 독특한 장을 얹어서 먹는 음식이더구나!"

"그게 어찌나 맛이 좋던지... 생긴 것도 아주 예쁘고! 내 살면서 그런 맛과 모양을 지는 음식은 또 처음이었다."


'개찹? 볶음밥? 원래 조선에 그런 것들이 있었나?'


익숙한 이름들이었지만, 선주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환과 달리 음식의 역사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에 장성대군의 짧은 설명만 듣고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밥은 꼭 오므라이스를 말하는 것도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 주막이다. 어쩌면 오빠나 다른 사람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어...'


"아니, 선미야!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 거냐?"


깊은 생각에 잠긴 선주를 보고 장성대군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닙니다. 선비님! 선비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도 그 계란이불밥이란 음식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하하하!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언제든 내가 데리고 가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선비님... 그런데 그 주막은 어디에 있습니까?"


"연화각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다음에 나와 함께 가자꾸나."


"예..."


"아 맞다! 그 주막집 이름이 아주 이상했는데... 그 뭐라더라... 주막이 아니라..."


'주막이 아니었다?'


"어떤 이름이었습니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는데... 뭐였지...? 분... 뭐였는데..."


"분?" 


"그래, 분..."


"혹시 분... 식... 집...이었습니까?"


"그래, 맞다! 분식집! 네가 그걸 어찌 아느냐?"


장성대군의 입에서 나온 '분식집'이란 이름에 선주는 몸이 떨려왔다.


'틀림없어! 다른 건 몰라도, 조선에 분식집이 있을 리가 없지. 분식이 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1960~70년대에 생겨났다는 건 역사시간에 분명히 들어서 알고 있어. 이건, 틀림없이 미래에서 온 누군가 일거야!'

'어쩌면 오빠일 가능성도 있을 거고...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전혀 생소한 누군가일 수도 있겠지...'

'우리가 미래에서 왔듯이... 다른 누군가도 미래에서 왔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테니...'


'오빠... 라면 좋겠는데...'


미래에서 온 누군가가 분식집을 차렸을 것이 확실하다 생각한 선주는 갑자기 장성대군을 조르기 시작했다.


"선비님! 선비님! 제가 갑자기 너무 시장한데... 혹시 그 분식집이라는 곳으로 지금 데리고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응? 시장하다고? 아니, 방금... 전까지 아주 많이 먹지 않았느냐?"


"그랬습니까...? 전 별로 먹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장성대군은 반상 위에 있는 빈 그릇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아~ 그렇구나! 내가 다 먹었나 보네! 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내가 깜빡깜빡 해."


"제가 선비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부끄럽게도 갑자기 너무나도 시장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선비님께서 말씀하신 그 신기한 계란이불밥이라는 걸 저도 꼭 먹어보고 싶어서..."


"그래! 우리 선미가 그랬구나? 그럼, 당장 가야지! 네가 원한다는데 내가 무엇을 못해주겠느냐?"

"그럼 넌 계란이불밥을 먹고, 나는 저번에 맛보지 못한 김치볶음밥이란 걸 한번 먹어봐야겠다."


"예? 방금 김치볶음밥...이라 하셨습니까?"


"맞다. 김치볶음밥. 김치를 볶아서 만든 밥이라고 하던데..."  


선주는 장성대군의 입에서 나온 '김치볶음밥'이란 이름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미래에 관한 일들에 대해 마음을 반쯤 포기하고 있던 그녀에게 이건 실로 엄청난 실마리가 아닐 수 없었다.


"선비님! 지금 당장 가시지요!"


"허허... 선미 네가 이리 서두를 때가 다 있구나?"

"그래! 지금 가자! 여봐라 거기 구길이 있느냐?"


"예, 나으리! 부르셨습니까?"


장성대군의 호출에 구길이 문을 열고 들어와 대답했다.


"그... 어디냐? 저번에 갔던 분식집이란 곳을 가자꾸나!"


"예? 방금 식사를 하신 게..."


"아니 이 녀석아, 가자면 가는 거지 어인 말이 그리 많을까?"

"우리 선미가 시장하다고 하지 않느냐?"


장성대군의 말에 구길은 음식이 빈 접시들이 가득한 반상을 쳐다보았다.


'대군마마님이 이리 대식가인지 제가 오늘에야 알았네요...'


"예! 예! 가시지요!"


"그럼 어서 가마를 부르거라!"


"아닙니다 선비님. 날도 좋은데 그냥 걸어서 가시지요."


"그래? 그리 멀지 않다고는 해도 선미 네가 걸어가기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 제가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그것도 그렇고... 또, 나 아닌, 다른 사내놈들이 너의 얼굴을 보는 것이 싫어서 그렇지..."


"선비님도 참... 괜찮으니 함께 걸어가시지요!"


"그래! 그러자꾸나!"


연화각을 나온 선미와 장성대군은 구길의 안내를 받으며 분식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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