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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Oct 17. 2023

27화. 밀가루와 김을 구하라!

조선 분식집3

"자자! 쭉쭉 마시게 아우님!"


"형님도 드시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저녁도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환과 승환.

승환은 환을 알게 된 후로 거의 매일 연아네 분식집을 찾아온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다양하게 오가지만, 대부분 각자 알고 있는 과거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 그렇다니까요?"


"미래에는 정말... 사람이 하늘을 날게 된다고?


"예, 형님."


"내, 예전에 아버님한테도 종종 미래에 관해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욱 재미도 있고 실감도 나고 그러는군!"


"예! 여러 가지 탈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비행기라는 탈것입니다."


"비행기? 그러고 보니,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네."

"그 비행기라는 것을 타고 하늘을 날아서 가면 무척 빠르겠구먼? 대체 얼마나 빠른가?


"그게...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하나..."


"아!"

"형님, 왜국을 아시지요?"


"그럼! 알다마다! 왜국과는 내 교역도 꽤 하고 있는 걸!"


"그렇습니까?"


"형님은 그럼 왜국에도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내 안타깝게도 왜국에는 아직 직접 가본 적이 없네. 이... 기본적으로 내가 뱃멀미가 아주 심해서, 뱃길은 딱 질색이라..."


"그러셨군요?"


"그럼, 왜국에 가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아십니까?"


"글쎄... 예전에 아버님께서 조선통신사를 따라 왜국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오고 가는데 꼬박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셨다는군!"


"1년... 이나요? 아니, 아저씨는 왜 그 오랜 시간을 들여 일본까지 가셨을까요? 무역... 때문인가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으셨지만, 가장 큰 목적은 역시 미래로 돌아갈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셨던 것 같네."


"그러셨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선통신사의 일정과 비교할 건 아니겠지! 아무튼 내가 듣기로는 가까운 하관(*下関 : 시모노세키)까지만 간다고 해도, 한양에서 동래(*부산)까지 육로로 갔다가... 거기서 또 배를 타고 대마도로 간 뒤 다시 넘어가야 하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걸세!" 


"그렇군요... 형님의 말씀을 듣기만 해도 여정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허허... 그렇지? 자네가 예전에 누리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할 걸세."


"제가 살던 미래에서는, 한양에서 왜국까지 가는데 2시간... 그러니까, 한시진이면 갑니다."


"아니, 그렇게 빠르다고?"


"예, 형님!"


"그 비행기...라는 것을 타고 말인가?"


"예! 물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공항>으로 먼저 가야 하지만..."


"공항이라고?"


"예, 그러니까... 하늘을 의미하는 빌 공(空)에 항구 항(空港)이니... 하늘의 항구라고 해야 하나? 비행기를 위한 항구... 쯤 되겠네요."


"공항...이라... 흥미롭군 흥미로워..."

"허허. 내 자네의 말을 들을수록 안타깝기만 하네. 나 또한 그 좋은 것을 직접 누려보고 싶은데, 이렇게 자네의 말로만 듣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예..."


"물론,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가지 못하는 자네 심정만큼이야 하겠냐만은..."


"아닙니다! 저라도 그럴 것 같은데요, 뭐"


"그나저나 형님!"


"뭔가? 말해보게!"


"미래에는 말이죠! 분식집에 꼭 있어야 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분식집의 꽃...이라고 할까요?"


"그래? 그런 게 있었나? 대체 그게 무엇인가?"


"김밥과 라면입니다."


"오! 김밥과 라면?"

"내, 라면에 관한 이야기는 아버님으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있네! 특히 숙취로 힘들어하시던 날이면 종종 라면 이야기를 하셨지... 그... 매콤한 국물에 꼬불꼬불한 면이 들어있다지?


"예, 그렇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혹시 아버님께서 라면도 만들어주셨습니까?"


"아닐세! 지난번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아버님께서 음식에 대해서만은 영 소질이 없으셨다네. 하하..."


"하하, 그렇군요."


"아니... 그럼 자네는 라면을 만들 수 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재료만 있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한가? 말해보게! 내가 당장 구해다주겠네!"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조선이 맞다면... 분명 있긴 있는 재료들이긴 한데요..."


"조선에 있는 재료라고? 그럼 아무 문제없지 않은가? 자네도 알다시피 나 이승환이 조선에서 못 구할 재료는 없다네!"


"예... 그건, 밀가루와 김입니다."


"밀가루와 김? 난 또 뭐라고... 그건 어렵지 않게 구해줄 수 있네!"


"예... 그렇긴 한데, 형님도 잘 아시다시피 그 재료들이 워낙 값이 비싸서..."

"물론 돈이 많은 분들에게야 내어드릴 수 있겠지만... 원래 분식집이란 서민... 그러니까 백성들을 위한 음식점이고... 저 또한 특정한 신분의 사람들이 아닌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래?"


"형님?"


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환은 갑자기 크게 웃었다.


"난 또 뭐라고... 이 사람아!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말게! 내가 누군가? 나 이승환이네!"


"예?"


"아버님은 생전에 밀농사도 무척 중시하셨다네!"


"그렇군요?"


"김 역시, 생전에 아버님이 좋아하신 덕분에 남해 쪽에 양식장을 가지고 있지."


"정말이십니까?"


"아, 그렇다니까?"

"물론... 우리가 생산하는 양이 꽤 되긴 하더라도, 조선 전체를 먹일 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라서..."

"자네의 말처럼 밀가루와 김은 일반 백성들이 먹기에는 비싸고, 부담스러울 수 있네."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자네의 분식집에서 쓸 정도야 넘치고 남으니까! 내가 얼마든지 대주겠네! 당연히 아주 싼 값에 말이지! 하하하하!"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형님도 이문을 남기셔야 하지 않습니까?"


"아 이 사람아! 나 이승환이네! 자네에게 밀가루와 김을 싸게 대준다고 해서 휘청거리거나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내 이미 자네 덕에 충분히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안 그런가? 하하하하..."


"형님... 감사합니다."


"그래? 정말 그렇게 감사하면, 자네의 첫 번째 라면과 김밥은 나를 위해 만들어주게!"


"그래야죠! 당연히 그러겠습니다."


"내 오늘 돌아가는 대로 바로 지시해서 챙기도록 하지! 준비되는 대로 자네에게 알려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형님!"


**********


며칠 뒤, 승환은 환과의 약속대로 꽤 많은 양의 김과 밀가루를 분식집에 보냈다.


"아니... 이게 무엇이요? 밀가루와 김 아니요?"


그 양을 보고 깜짝 놀란 연아.


"이 비싼걸 어찌 이리도 많이 사셨소? 전이나 부칠 정도면 이리 많은 양은 필요 없는데... 대체 뭘 만드려고 그러는 거요?"


"아이고! 걱정 말아요. 승환 형님께서 아주 싸게 주셨으니까..."


"정... 말이오?"


"그래요! 그러니 안심해도 됩니다."


"얼마나... 싸게 말이오?"


걱정하지 말라는 환의 말에도, 연아는 여전히 불안한지 재차 확인을 했다.


"박주모가 납득할 수 있는 그 정도 수준이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흐음..."


"그리고, 이 재료들 덕분에 정말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를 좀 믿어봐요!"


그러자, 환의 말을 듣고 있던 진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사부! 사부! 그럼, 김치볶음밥 보다 맛있어요? 계란이불밥 보다도 맛있고?"


"하하하! 음식의 종류가 다르니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진아도, 정훈이도, 그리고 박주모도 다들 엄청나게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해!"


"사부, 너무 궁금해요!"


"오늘, 장사가 끝나고 저녁으로 먹게 해 줄 테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리렴!"


"응! 그럼, 사부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테니까... 대신 진아도 오늘은 더 힘내서 일할게요!"


"아이고 귀여워! 이 사부는 우리 진아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요!"


"진아도 사부가 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래? 그럼, 사부도 더욱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야겠는걸? 하하하하하하!"


**********


그날 저녁. 

약속대로 승환이 분식집을 방문했다.


"이보게 환이! 내가 왔네!"


그러자, 부엌에 있던 환이 나와 반갑게 그를 맞아 주었다.


"형님! 오셨군요?"


"내가 왔네! 약속대로 자네의 첫 라면을 먹기 위해서 말일세!"


"잘 오셨습니다."


"내, 이 라면 생각에 점심부터 쫄쫄 굶었네. 라면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말일세! 하하하하하하!"


"아이고...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아니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지! 이건 조선 최초의 라면이 아닌가? 그걸 내가 맛보는 거고... 안 그런가?"


"형님이 그리 기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라면은 준비가 되었는가?"


"예, 형님! 평상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그래!"


승환에게 기다려달라고 한 환은 약속한 라면을 만들기 위해 서둘러 부엌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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